이번 3차 입찰을 앞두고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 컨소시엄에 10대 건설사 중 2곳까지만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을 3곳으로 넓히고, 공사 기간을 1년 연장했다. 그런데도 또 유찰된 것은 애초 무리였기 때문이다. 당초 가덕도 신공항 개항 목표 시점은 2035년 6월이었다. 이때도 공사 기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항을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앞당겼다. 엑스포 유치가 실패해 서둘러 개항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정부가 부산 민심을 의식해 이 목표를 고수하는 탓에 건설사들은 공기를 맞추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용과 리스크 문제도 걸림돌이다. 전체 공사 면적의 43%를 차지하는 바다의 깊이가 30m에 이르고, 연약지반 깊이도 최대 50m에 달하는 난공사다. 육·해상에 걸쳐 지어 바다 쪽이 빨리 꺼지는 부등침하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지 공사가 신공항 건설 총사업비의 78%인 10조53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면 건설사들이 적극 관심을 가질 만한데 외면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여러 조사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이 턱없이 낮았는데도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야합해 ‘김해공항 확장’을 뒤집고 특별법을 만들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건너뛰었다. 그런 마당에 이젠 무리한 공사기간 고집으로 졸속 공사 우려를 낳고 있다. 사업비가 가덕도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울릉공항 공사 기간이 7년이고, 가덕도보다 난도가 낮은 인천공항은 1단계 건설에만 9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2029년 개항은 아무래도 무리다. 지역 반발이 예상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건설해야 한다. 속도전을 재고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