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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츄핑' 본다고 하면 비웃는다고? 분명 바뀔 것"…김수훈 총감독의 큰 꿈[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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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아이가 봐도 어른이 봐도 재밌어야죠."

신작들의 개봉 공세에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당당히 지키고 있는 작품이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다. 지난 7일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첫 번째 영화판이다. 운명의 소울메이트를 찾아 나선 이모션왕국 공주 로미와 요정 하츄핑의 첫 만남을 그리는 작품. TV 시리즈에서는 로미와 하츄핑이 이미 단짝으로 등장하는데, 영화는 이들이 단짝이 된 과정을 그리는 프리퀄이다.

14일 서울 논현동의 쇼박스 사옥에서 만난 김수훈 총감독 겸 제작사 SAMG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프리퀄을 선보인 이유에 대해 김 총감독은 "영화를 만들면 무조건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만났을까, 궁금해할 것 같았다. 저 역시도 그 부분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고민없이 소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가족영화로 기획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가족물이 어려운 점은 아이도 어른도 만족해야 한다는 겁니다. 얼마나 어려운지 저도 알고 있어요. 많이 고민했죠. 어른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했어요. 핵심은 감정의 폭이에요. 감정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잡느냐에 따라 어른들의 공감 여부가 달라져요. 디즈니도 보면 기본적으로는 이야기는 심플해요. 그 안에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죠. 이걸 해낼 수 있냐 생각했습니다. 감정의 깊이를 얼만큼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극 중 캐릭터들은 노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김 총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래를 선택했다"며 "부모들도, 50~60대들도, 누구라도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겨울왕국' 시리즈와 함께 언급되기도 하는데 "한국 애니메이션에선 감정이 절제돼야 한다. 너무 들어가면 거부감이 든다. 발라드처럼 스무스하게 부르는 걸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국적 감성을 만들어야 하는데, 디즈니 같은 경우는 감정이 격한 편이에요. 우리가 보면 좀 간지러울 수 있는 게 그 때문이죠. 너무 뮤지컬적 음악을 하니 오버스럽더라고요. 톤앤매너를 잡는 게 힘들었어요. 발라드, 왈츠, 뮤지컬 등 여러 요소를 넣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선택했어요."

에스파 윈터가 '사랑의 하츄핑' OST '처음 본 순간'을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윈터와 하츄핑이 닮은꼴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에스파 윈터가 OST를 가창한 덕에 아이돌 팬층도 '사랑의 하츄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노래가 가장 중요했어요. 공을 들였죠. 그 노래가 나오고 이 영화에 대한 확신이 들었어요. 윈터가 부른 걸 듣고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죠."



TV 시리즈에서 매회차 새로운 티니핑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핑'만 붙이면 캐릭터가 나오는 덕에 '개미지옥 콘텐츠'로도 꼽힌다. 부모들은 수많은 '핑' 굿즈를 사야하는 상황. '티니핑'이 '파산핑', '등골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티니핑의 세계관은 더 확장될 예정. 곧 나올 TV판 5기에 대해 김 총감독은 "10월에 방송된다. 재밌게 나오니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귀띔해 설렘과 더불어 두려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뮤지컬도 준비하고 있어요. '겨울왕국'처럼 말이죠. 예전에는 이런 뮤지컬에 오면 애들만 좋아하고 어른들은 자요. 어른들이 와도 감동할 수 있는 뮤지컬을 준비해야겠다 싶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 외에 여러 콘텐츠에 대해서도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상품 같은 것 말이에요. 폭넓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도 앞으로 당연히 준비하고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애니메이션은 아이들, 혹은 덕후들만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평일 극장에서 '사랑의 하츄핑' 상영 타임이 주로 낮 시간대에 포진돼 있어 성인들이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시간에 관람하긴 어렵다.

"같이 봐도 재밌다고 하지만 아직은 '애들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에요. 누군가에게 '본다'고 하면 비웃고 그러죠. 바뀌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2편, 3편을 만들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김 총감독은 디즈니나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전 세대가 재밌게 볼 수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와 포부를 드러냈다. 또한 한국 한국 시장이 열려있다며 한국 애니메이션 발전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봤다.

"한국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틀을 깨는 중요한 국가예요. 돈을 못 벌어도 계속 시도하죠. 우리도 많이 실패했습니다. 최근에 성공률이 높아지며 회사도 바뀌어가고 있죠.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K-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죠.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 확신해요. 이러한 장점을 가진 한국이 세계 시장에 진출해 반드시 성공할 거라 생각합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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