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인데도 기본 코딩 능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개선 의지도 없고 근무 태도조차 불량한 저성과자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의 저성과자 해고를 적법하다고 인정한 데 이은 대법원의 결정이다. 회사 측이 자체 프로그램을 통한 자구 노력을 한 경우 법원이 해고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판결로 기업의 저성과자 향상 프로그램(PIP)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현대오토에버 정보기술(IT)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던 중 2021년 징계 해고됐다. 회사 측은 1년 넘게 PIP와 대기 발령을 통해 코딩 능력을 갖출 기회를 줬지만 자바(JAVA), DB 테스트에서 각각 3회, 2회 0점을 받고도 개선계획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개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PIP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취업 규칙에 해당하지만,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아 무효이며 이에 기초한 해고도 무효”라며 “부당한 업무 평가 방식으로 PIP 대상자로 분류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는 근무 능력이 상당한 기간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 개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도 회사의 인사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저성과자 관리 규정이 취업 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의 해고는 근무 태도나 근무 성적이 극히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를 근거로 이뤄진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PIP 목표 설정과 평가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2021년 대법원의 저성과자 해고 관련 판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이 상당 기간 최소 기준에 미달하고 개선 가능성이 없는 등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면 해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때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 내용, 근로자가 부진했던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근무 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회사가 근로자가 개선될 수 있도록 충분히 노력했는데도 개선 가능성이 없다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법원이 회사의 자구 기회 부여를 중시하는 만큼 PIP 도입 시 꼼꼼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PIP 도입이 노사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제조업체 인사 담당 임원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저성과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노사 관계 악화 우려도 있어 신중한 입장”이라고 했다.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는 “PIP를 구조조정이나 해고 종용 목적으로 활용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성과 향상을 목적으로 객관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란/곽용희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