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전에서 승리하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원전 수출국으로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부터 돌아선 지 2년 만이다. 정부의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체코 원전 사업 최종 입찰은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2파전으로 치러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원전 대국 프랑스를 제친 비결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요약했다.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으로 이뤄진 ‘팀 코리아’가 이번 수주전에서 체코 정부에 가장 강조한 부분이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이었다.
2009년 한국은 UAE 바라카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4기를 짓는 공사를 수주했다. 2011년 착공한 한국은 3년 만인 2014년 1호기 설치를 완료했다. 다른 나라들은 대형 원전 1기를 짓는 데 6~10년이 걸린다. 한수원 컨소시엄은 납기를 칼같이 맞춘다는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체코 원전 입찰 서류를 마감일 하루 전에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막이라는 가혹한 조건에서도 약속한 납기와 예산을 맞춘 경쟁력을 체코 정부가 높이 샀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반값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도 승리 비결이다. 2021년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 미국(5833달러) 등 경쟁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체코 원전 수주에도 한수원은 프랑스 EDF보다 훨씬 저렴한 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EDF는 높은 건설단가와 납기 지연으로 악명 높았다. EDF가 핀란드에 지은 올킬루오토 3호기는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는 바람에 예정보다 13년 늦게 전력을 생산했다. 계획이 틀어지면서 건설 예산도 처음 제시한 가격의 3배인 110억유로(약 16조5600억원)로 불어났다. 이 때문에 원전을 주문한 핀란드 원자력 회사 테오리수든보이마(TVO)는 EDF와 소송전을 벌였다. 프랑스가 인접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체코에 방산 협력 등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고도 한국에 진 이유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50여 년간 축적된 한국 원전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유럽에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슬기/양길성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