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모델 특례로 상장하려는 기업이 줄줄이 한국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같은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 상당수가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적자행진을 이어간 결과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푸드테크 기업 식신은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전자 식권 서비스 '식신 e-식권' 사업 등을 앞세워 지난 2월 사업모델 특례로 상장 예심을 청구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사업모델 특례는 적자 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위해 2017년 신설된 제도다. 기존부터 운영되던 기술성 특례의 경우 기술력 평가가 어려운 업종에 속한 기업이 활용하기 어렵단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만들어졌다.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사업모델 평가를 받아 적격 등급을 받으면 자격이 주어진다. 기술성 평가가 기술의 완성도, 경쟁우위도, 기술 제품의 시장경쟁력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한다면, 사업모델 평가는 사업모델의 타당성, 경쟁우위도, 사업경쟁력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는다.
적지 않은 기업이 사업모델 특례를 노리지만, 실제로 심사 문턱을 넘는 회사는 극소수다. 지난해 쓰리디메디비젼, 버드뷰,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케이웨더 등이 사업모델 특례로 증시 입성을 꾀했다. 이 가운데 올해 1월 상장한 케이웨더 외에 나머지 3곳은 모두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사업모델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대다수 기업의 주가와 실적이 부진한 만큼 거래소의 심사도 한층 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 기업인 인공지능(AI) 언어 데이터 전문기업 플리토는 2019년 상장한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해 상장한 캐리소프트 역시 5년 연속 적자다. 사업모델 특례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낸 곳은 원티드랩(인적자원 테크)과 오픈놀(인공지능 기반 취업·창업 플랫폼) 두 곳뿐이다.
기대했던 실적 대비 저조한 성과로 인해 공모주 대비 주가 흐름도 대부분 부진하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곳은 플리토 한 곳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공모가 대비 84% 낮은 수준에 주가가 형성됐다. 원티드랩, 캐리소프트 등도 공모가 대비 절반 이하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사업모델 특례는 상대적으로 일반 기업공개(IPO)보다 재무 조건 등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보니 대부분 적자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상장 통로다. 미래 추정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만큼 기업가치 부풀리기 유인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독특한 사업 아이디어가 주된 경쟁력이다 보니 유사한 상장 기업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심사 통과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쓰리디메디비젼과 케이웨더는 각각 메디컬 에듀테크 업계와 기상업계 1호 상장을 노린 기업이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전문직 플랫폼 가운데 최초 상장 도전이었다.
현재 사업모델 특례로 상장을 노리는 기업인 아이지넷 역시 국내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상장에 도전하는 사례다.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지난 5월 거래소에 코스닥 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머신러닝을 통해 보험 가입 상태를 개인 맞춤형으로 진단하는 인공지능 보험 플랫폼 ‘보닥’을 운영한다. 지난해 매출 130억원, 영업손실 32억원을 올렸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