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10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경영권과 관련된 행정지도를 한 것은 명백하게 국제통상 규정 위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가 문제 삼은 대목은 국제통상법상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 비례성의 원칙은 국가가 보호하려는 공익과 외국 투자자가 떠안게 될 부담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만약 비례성이 없는 행정조치라면 이는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투자를 유치한 국가가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시행하는 정책이 외국 투자자의 이익에 상충될 경우 국제투자분쟁으로 비화되곤 한다.
송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상대로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것을 놓고 "한일투자협정 10조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일투자협정 제10조는 한일 양국 모두 자국 내 투자자를 상대로 '수용·국유화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못 박아 놨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사안이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송 변호사는 "네이버의 독자적 경영 판단의 영역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의 압박이 없었다면 당연히 경영권 프리미엄을 쉽게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한일투자협정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강하게 통상 규정 위반이라는 프레임을 강하게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이 한일투자협정 제16조를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조항을 이유로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조항은 당사국이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송 변호사는 "(이 조항은) '사회의 기본적 이익이 진실로 그리고 충분히 중대하게 위협받는 경우에만 원용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어 일본 정부가 이를 근거로 방어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일투자협정 제14조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 조항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협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담고 있다.
당사국 간 협의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땐 한일 양국이 2개월 안에 중재인 1인씩 총 2인을 임명한 다음 제3국의 중재인을 의장으로 선임하게 된다. 이후 UN 국제무역법위원회 규정에 따라 분쟁 중재 절차를 진행한다. 제3국 중재인이 선임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관련 심리도 종료해야 한다.
송 변호사는 "최근 상황을 촉발시킨 일본의 행위는 한일투자협정 위반으로 국제통상법적으로 전혀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한일투자협정상 중재 요구 등의 대응 조치를 통해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네이버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것으로부터 보호막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투자협정은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투자 협정으로 우리가 당사국인 만큼 협정에 규정된 국가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는 것부터 우선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어 "우리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같은 날 오전 각의(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행정지도를) 경영권 관점에서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본 지배를 상당 정도 받는 관계와 그룹 전체 보안 거버넌스의 본질적 재검토 가속화를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