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환율 급등은 미 달러화 강세에 연동된 것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5개월 만에 106대로 뛰었다. 15일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0.75%로 시장 전망치(0.3%)를 두 배 이상 웃돌아 미국 경제가 강한 상태임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가 연초 여섯 차례에서 현재 1~2회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달러화가 더욱 강해지는 양상이다.
달러화 강세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문제는 지난주 이후 원화 약세가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엔화 환율도 달러당 154.3엔 선에서 거래되며 3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2원34전으로 전날 대비 2원62전 상승했다. 원화가 엔화보다 더 약했던 것이다. 위안화 역시 달러화 대비 절하 고시됐지만 원·위안화 환율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원화가 유독 힘을 못 쓴 것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 때문으로 파악된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달러 강세에 비해 원화가 더 절하된 것은 중동 정세와 관련이 있다”며 “한국 경제의 원유 수입의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가 확전으로 치달을 경우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1400원대 환율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펀더멘털을 보면 위기 상황은 아니다”며 “추세적으로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조윤제 위원도 “경상수지 흑자가 좋아지고 있고, 외환보유액과 전반적인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다”며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구두개입 직후 원·달러 환율은 2원가량 급락해 1393원대로 떨어졌지만 이후 하락폭을 일부 반납하면서 1394원50전에 마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