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도 싱가포르에 설립한 토스사우스이스트아시아를 지난해 닫았다. 동남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 헤드쿼터로 해외 법인을 관리하기 위해 2022년 세웠는데 1년여 만에 폐업했다. 토스는 2019년 만보기형 리워드 서비스로 베트남에 진출해 300만 명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정착엔 실패했다. 베트남 정부와 중앙은행 규제로 인해 신규 서비스 출시도 막혔다. 2022년 토스 베트남법인의 총포괄손실은 10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초 해외 세무시장을 선진화하겠다고 나섰던 세무플랫폼 삼쩜삼은 반년도 안 돼 영국법인을 철수했다. 중고거래 앱 당근은 지난해 한국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캐나다와 일본 법인은 각각 74억원,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고전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도 일본과 싱가포르, 미국에 진출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 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가 빠르게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허다하게 봤다”며 “아무리 좋은 사업 모델이 있더라도 법무와 세무 문제,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벤처캐피털(VC)의 해외법인장은 “동남아에 진출한 스타트업은 ‘왜 트래픽은 나오는데 돈은 안 벌리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소득 수준과 구매력이 낮기 때문”이라며 “헬스케어, 패션, 게임 등 생계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산업은 결제 문턱이 높아 진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유니콘기업이 연달아 해외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들 기업의 외형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에서 사업을 더 키우려면 글로벌로 나아가야 하는데 해외 경쟁 업체들에 밀리면서다. 일각에선 국내 플랫폼기업들이 좁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에 몰입하다가 ‘제살 깎아먹기’만 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