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수준으로까지 올랐던 과일값이 최고점에서는 소폭 내려왔지만, 1년 전과 비교할 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형마트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오렌지, 망고, 파인애플 등 수입과일을 대폭 늘리는 중이다. 과일 수요가 수입과일로 옮겨져 가면서 이들의 매출이 세자리수로 폭증하고 있다.
전주보다는 가격이 싸졌지만, 작년보다는 훨씬 비싸다. 사과는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96.1% 비싸고, 토마토는 40.4%, 포도는 24.5% 높은 가격에 팔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좋지 않은 날씨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루트플레이션’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생산자물가지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높은 122.21로, 전월 대비 0.3% 올랐다. 3개월째 오름세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이 2.6% 증가했다. 생산자물가는 최소 1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식료품 물가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과일 물가 상승은 4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3월에도 흐린 날씨가 계속되면서 과일 출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3월은 원래 참외, 토마토 등 국산 햇과일 출하가 시작되는 시기지만, 일조량과 기온이 낮아 과일 성장이 늦어지고 있다”며 “완연한 봄에 들어서는 4월이 되면 성장지연 물량까지 더해져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대량으로 매입한 만큼 싸게 판다. 지난 20일부터 바나나와 오렌지를, 이날부터는 파인애플, 망고, 망고스틴을 20% 추가 할인하는 행사를 연다.
롯데마트는 직수입 물량을 확대했다. 베트남에서 직접 들여온 바나나를 필리핀산보다 30% 싼 송이당 299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내달부터 이 물량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오렌지 원물을 늘리기 위해 썬키스트 최고경영자와 미팅을 하고, 과일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등 수입과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산 과일의 자리를 대체한 수입과일은 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오렌지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9%, 2월은 202% 늘며 2개월 연속 세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3월1~21일 체리 매출도 무려 512% 상승했다.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이달 수입과일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1% 늘었다고 밝혔는데, 망고가 203%, 오렌지가 91%, 파인애플이 49% 더 팔렸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