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센트럴파크가 될 서울 용산구 ‘용산민족공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서울의 상징인 남산과 인접한 자연 친화적인 주거환경.
용산구 후암동은 서울 한 가운데 있으면서 개발 호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교통·자연·생활 인프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점이 커서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노후 주택 정비는 더디다. 남산경관 등 고려할 사안이 많다 보니 사업성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제자리걸음 했던 후암동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주택 개발 압력이 커지고 남산 주변 일부 고도제한 등이 완화되면서다. 상대적으로 고도 규제를 강하게 받던 동후암동에는 매물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후암동은 후암대로를 기준으로 서후암과 동후암으로 나뉜다. 두 지역 모두 워낙 낙후된 곳이어서 오래전부터 개발을 추진해 왔지만, 사업 진척이 더디기로 유명하다.
지난 6월 서울시의 고도제한 완화 방침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동후암동이다. 동후암동은 북측이 남산과 맞붙어 있는 데다 남쪽으로 미군기지가 있어 강한 고도 제한 규제를 받아왔다. 추진위가 크게 세 곳 만들어져 1~3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수십년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고도제한 탓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진행해도 5층을 넘기기 힘들어 사업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두 곳 중 상대적으로 사업성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서후암동 일대는 ‘후암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나마 사업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지 지분이 3.3㎡당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이 오른 상태다.
고도지구는 도시 경관 보호와 과밀 방지를 위해 건축물 높이의 최고 한도를 정하는 도시관리계획이다. 1972년 남산을 시작으로 현재 총 8곳이 지정돼 있다. 서울 중심에 있는 남산의 상징성이 큰 탓에 남산 인근 중구·용산구는 이번 개편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완화 폭이 작다.
서울시 안에 따르면 후암동 일대는 현재 20m에서 28m 수준으로 높이 기준이 완화된다. 사실상 2개 층을 더 올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후암동 J공인 관계자는 “건물 층수를 최대 10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며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3구역을 중심으로 매물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강한 높이 규제를 받음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커진 것은 입지적 강점 때문이다. 동후암 3구역(후암동 264의11 일대)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남측 용산고와 인접해 있다. 1,2구역에 비해 지대가 상당히 낮고, 용산공원과도 가까운 공세권이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과 서울역이 도보 10분 거리다. 추진위는 현재 모아타운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후암동 30의2 일대인 1구역은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추진위가 연 설명회에서는 건폐율 25%, 용적률 209.3%를 적용받아 총 1820가구 규모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추진위는 연말까지 동의율을 끌어올려 신통기획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2구역은 아직까지 재개발 움직임이 없다.
1,3구역 투룸 빌라 기준 매물은 6억원대다. 실투자금으로 3억원가량이 필요하다. 다만 1~3구역을 통틀어 매물은 많지 않다.
섣불리 진입하기에는 노후도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오랜 기간 사업이 정체되면서 신축 빌라 등이 우후죽순 들어섰기 때문이다. 실제 동후암3구역은 신속통합기획에 두 차례 공모했지만, 노후도 기준을 맞추지 못해 떨어졌다.

후암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민원이 빗발치면서 서울시가 내놓은 ‘고도지구 재정비 도시관리계획안’은 지난달 상임위 통과가 불발됐다. 서울시는 자치구와 추가 검토 및 현장 조사를 거쳐 오는 11월께 정례회에 해당 안건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발표한 큰 틀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아 불이익을 당하는 곳 등을 보완할 가능성은 있다는 전망이 많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