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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잡는 ‘GLP-1’, 어떻게 발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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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는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도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끌어내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했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가 주 1회 피하주사로 효능과 편의성 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보이나, 이를 더욱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GLP-1의 효과와 GLP-1 RA의 기전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 1 Receptor Agonist, GLP-1 RA)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후 최근 비만 치료제로서 더 주목받고 있는 제제다.

GLP-1은 위장관의 장내분비 L-세포, 췌장의 알파세포와 중추신경계의 3개 조직에서 분비되고 조절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이는 식사 후 포도당 의존적으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여 혈당을 조절한다.

이러한 혈당조절 효과 외에도 GLP-1은 식욕억제, 위 배출시간 지연, 혈중 지질대사 조절, 체지방 축적 억제, 심혈관 보호, 심장기능 개선, 대사 조절, 신경염증 억제, 신경 성장 촉진 등의 효과를 가진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GLP-1은 디펩티딜펩타이드 가수분해효소-4(DiPeptidyl Peptidase-4, DPP-4)에 의해 빠르게 분해돼 반감기는 1~2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GLP-1 RA는 DPP-4에 의해 가수분해되지 않는 GLP-1 유사체 펩타이드 제제로 체내에서 GLP-1 수용체에 작용해 GLP-1의 효과를 발휘한다.
GLP-1 RA가 비만 치료제로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GLP-1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에 있다. 식사 후 L-세포에서 분비된 GLP-1은 단순 확산을 통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이는 DPP-4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므로 중추신경계의 GLP-1 수용체에 작용해서 직접 식욕억제 효과를 일으키기는 그 농도가 충분하지 않다. 대신 미주신경을 통해 시상하부로 신호를 전달해 식욕억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GLP-1 RA는 체내에서 분비된 GLP-1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했다. GLP-1 RA는 DPP-4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 않으므로 반감기가 길고 체내 농도가 충분하게 상승해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의 GLP-1 수용체에 작용할 수 있는데 이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비만약으로 가장 처음 승인된 GLP-1 RA인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삭센다)는 시상하부 내 궁상핵에 분포하고 있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해 POMC/CART(Propiomelanocortin and Cocaine-and Amphetamine-Regulated Transcript) 뉴런을 직접 자극하고 GABA 신경전달을 통해 NPY/AgRP(NeuroPeptide Y and Agouti-Related Peptide) 뉴런을 간접적으로 억제한다.

그 효과로,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공복감을 감소시켜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체중감소 효과를 유발한다.

흥미롭게도 리라글루타이드의 체중감소의 주된 기전은 위 배출시간 지연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중추신경계 작용을 통한 식욕억제에 의한 것이다. GLP-1 RA의 체중감소 기전은 아직도 연구되고 있으며 추가로 밝혀진 기전으로는 고칼로리 음식 등의 대한 선호도 감소, 쾌락적 식사(hedonic pathway)의 감소, 음식 갈망에 대한 감소, 식사조절(eating control)의 호전 등이 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GLP-1 수용체가 두정엽 피질의 뉴런에서도 관찰되었는데 GLP-1 RA가 시상하부 경로 외에도 두정엽의 활성화 억제를 통한 음식 선호도의 변화로 직접적인 체중감소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시사된다.


GLP-1 RA의 비만 치료 효과
현재까지 비만약으로 승인되었거나 예정인 GLP-1 RA는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가 있고, 펩타이드 공학으로 GLP-1 수용체 외 여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다중작용제를 개발 중에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시로 터제파타이드가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다중 작용제들이 당뇨병과 비만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 중에 있다.

먼저 이미 승인된 약제부터 살펴보면 리라글루타이드는 인간의 GLP-1(7-37)과 아미노산 서열 97%의 상동성을 가지며 반감기는 13시간 정도다. 이는 이그제나타이드(exenatide), 알비글루타이드(albiglutide) 등의 단점을 보완해 하루 한 번으로 투약 간격을 줄였고,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서 충분히 작용한다.

리라글루타이드 3.0㎎ 하루 1회 피하주사는 평균적으로 약 -5.7%에서 -8.0% 정도의 체중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이러한 효과로 비만 치료제로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더 많은 체중감량을 원하는 환자의 요구도를 충족시키며 매일 투약해야 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마글루타이드가 개발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인간 GLP-1(7-37)과 아미노산 서열상 94%의 상동성을 가지는데 반감기가 약 183시간(7일)으로 매우 길어졌다. 또한 알부민과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분자구조로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

세마글루타이드 2.4㎎ 주 1회 피하주사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대조군 연구에서 평균적으로 약 -12.4%에서 -14.9%, 고강도 행동치료와 병행했을 때 약 -16%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리라글루타이드와 직접 비교하였을 때도 우월한 결과였다(세마글루타이드 -15.8%, 리라글루타이드 -6.4%).
GLP-1 RA를 기반으로 한 다중 작용제의 개발
터제파타이드는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친화 폴리펩타이드(GIP)와 GLP-1 RA 이중작용제다. GIP는 소장의 K-세포에서 분비되며 특히 탄수화물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때 혈당 의존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췌장 베타세포의 성장·분화·증식을 자극한다.

GLP-1과 GIP 수용체를 함께 자극하면 GLP-1 수용체의 활성화에 따라 고혈당이 개선돼 GIP 수용체 자극을 통한 추가 혈당 개선의 효과를 유도한다. 이어 GIP 수용체 자극을 통한 글루카곤 분비의 증가 효과가 GLP-1 수용체 자극으로 인해 상쇄되므로 이 두가지를 병합한 이중작용제는 혈당강하와 체중감량 효과는 높이고 구역감과 같은 위장관 부작용은 낮출 수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터제파타이드는 라이신 20 잔기(residue)에 C-20 지방산을 결합한 39개의 아미노산 선형 펩타이드로 알부민에 가역적으로 결합한다. 반감기는 약 5일이다. 터제파타이드 15㎎ 주 1회 피하주사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SURMOUNT-1 3상 연구에서 72주째 체중 약 -20.9%로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보다 적은 용량인 10㎎과 5㎎ 주 1회 투약에서도 각각 -19.5%, -15%의 우수한 체중감량을 보여 당뇨병 치료제로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되었고 비만 치료제로서 승인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도들
글루카곤은 췌장의 알파세포에서 분비되는 장 호르몬이다. 포만감을 높이고 미주신경을 통해 시상하부로 신호를 전달해 식욕을 억제하며,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해 열생성을 높여 체중을 감량시키는 효과가 있다. 생리적으로 인슐린과 반대 작용을 하기 때문에 혈당을 상승시킨다.

GLP-1/글루카곤 이중작용제는 글루카곤의 혈당상승 효과를 GLP-1 수용체와의 이중 작용으로 상쇄하고 식욕억제와 에너지 소비량 증가 효과는 유지하고자 개발된 펩타이드 제제다.

코타두타이드(Cotadutide)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300㎍ 일 1회 피하주사를 시행했을 때 약 -5.02% 체중이 감소해 리라글루타이드 1.8㎎의 -3.33%에 비해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었고 터제파타이드나 세마글루타이드에 비해서는 다소 약한 효과였다.

마두타이드(Madutide)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중국에서 시행한 1상 연구에서 9㎎ 주 1회 피하주사는 12주째 약 -11.7%, 10㎎ 주 1회 피하주사는 16주째 약 -9.5%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두 약제 모두 비만 치료제로 사용 가능할지는 아직 불확실하고 추가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다.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는 주 1회 4.8㎎은 46주까지 투약을 완료한 대상자에서 약 -19%의 체중감량을, 전체 대상자에서 약 15%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고 약 40%의 환자가 20% 이상의 체중감량을 달성했다. 이를 근거로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밀린(Amylin)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식사 후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이다. 아밀린은 식후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고 위 배출시간을 지연시키며, 교감신경계를 통해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시켜서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킨다. 이 효과로 아밀린 수용체 길항제는 혈당강하와 체중감량 효과가 기대됐다.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 중 프람린타이드(pramlintide) 360㎍ 하루 2회 피하주사는 행동치료와 병행했을 때 4개월째 약 -3.1%의 체중감소를 보였다.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에서 1년째 위약 대비 최대 8㎏ 체중감량이 보고된 연구도 있다. 그러나 자주 주사해야 하고 체중감량 효과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여 주 1회 피하주사로 개발된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가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다.

카그릴린타이드 4.5㎎ 주 1회 피하주사는 2상 연구에서 약 -10.8%로 리라글루타이드 3.0㎎ 하루 1회 피하주사의 -9.0%에 비해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아밀린 유사체/GLP-1 RA 이중작용제의 대표적 예가 카그릴린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 병합제다.

카그릴린타이드 2.4㎎/세마글루타이드 2.4㎎을 주 1회 피하주사한 1상 연구에서 20주째 약 -17.1%의 체중감량 효과를,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연구에서 32주째 -15.6%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를 근거로 이 둘의 병용요법의 3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상기 이중작용제 외 GIP/GLP-1/글루카곤 삼중작용제도 개발되고 있다.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 주 1회 피하주사는 2상 연구에서 24주째 -7.2%(1㎎/주), -12.9%(4㎎/주), -17.3%(8㎎/주), -17.5%(12㎎/주)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어 48주째에는 각각 -8.7%, -17.1%, -22.8%, -24.2%로 매우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이를 근거로 현재 3상 시험이 진행 중에 있으며 고도-초고도 비만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의 대안이 될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경구 GLP-1 RA의 개발
다만 이러한 GLP-1을 바탕으로 한 약제들은 공통적으로 부작용 극복과 안전성 입증이라는 과제를 가진다. GLP-1 RA가 가지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구역·구토와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이다. 이는 GLP-1의 작용기전상 위 배출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초기에는 이러한 부작용이 체중감량 효과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하지만 리라글루타이드 동물실험에서 위 배출억제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감소함이 나타났고, 리라글루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의 위장관계 부작용은 대체로 일과성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은 호전되더라도 지속적인 체중감량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을 때 위 배출억제 작용은 체중감량의 주된 기전은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인한 탈락률은 강력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유의하게 관찰되지 않으므로 용량의 점진적 증량과 식사조절로 충분히 조절할 만할 것이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는 쾌락-보상 체계에 작용해 식욕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정신의학적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GLP-1을 바탕으로 하는 비만 치료제는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의 정신의학적 질환을 동반한 경우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동물실험에서 GLP-1 RA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한 과잉행동, 우울, 불안을 완화시키고, 신경염증 감소, 생존한 뇌세포의 신호전달 증가, 시냅스 전달 호전 등의 효과를 보였다. 즉 비만 치료 효과 외에 우울증,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등의 정신의학적·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겠다.
GLP-1 RA의 미래
GLP-1 RA 제제는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와 높은 안정성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긴 반감기를 통한 투약 간격 연장, 더욱 강력한 체중과 혈당 감소 효과, 뇌·심장·신장 등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로 무장했다. 또한 이중·삼중 작용제 펩타이드도 개발되면서 부작용을 줄이고 식욕억제와 에너지 소비량 증가의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비만 치료제 트렌드가 급변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 경구용 제제와 비펩타이드 제제까지 개발되고 있어 비용문제와 주사제라는 허들도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LP-1을 바탕으로 한 비만 치료제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 쏟아져 나올 비만과 당뇨병 치료의 판도를 바꿀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다.

<저자 소개>
고혜진
경북대 의과대에서 의학 학사를,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 의대 의학과 가정의학교실 부교수와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장, 건강증진센터장을 맡아 비만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교육이사, 대한가정의학회 비만대사증후군연구회 약물요법이사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 글은 바이오 전문 월간 매거진 <한경 BIO Insight> 2023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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