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균주 분석 결과는 이번 ITC 소송 핵심 쟁점과 맞닿아 있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자사의 보톡스 원료를 몰래 가져다 썼다며 지난해 3월 ITC에 제소했다. 휴젤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만약 두 회사 균주의 ‘지문’과 같은 유전체 염기서열이 동일한 것으로 나온다면 메디톡스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반대로 두 균주 유전체가 다르다고 나오면 판세는 휴젤 쪽으로 기운다.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는 다음달 사실상 승패가 갈리는 이유다.
염기서열 분석 결과는 3년 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소송에서도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2020년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판단했는데, 당시 예비결정문에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에 같은 패턴이 있다’고 적었다.
다음달 휴젤과 메디톡스가 산업부 승인을 받고 염기서열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면 ITC는 이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나 9월 첫째 주에 자료 반출을 위한 산업부 위원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ITC 소송 예비결정은 내년 6월, 최종결정은 10월이다.
국내에서 균주 도용 소송이 잇따르는 것은 균주 출처 논란 때문이다. 메디톡스의 균주는 1979년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미국 위스콘신대 유학 때 쓰다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젤은 유통기한이 지난 콩 통조림에서,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의 땅에서 보툴리눔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를 계기로 국내 보톡스업계 싸움은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에 따라 줄소송이 확대되거나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균주의 염기서열을 일정 부분 공개하도록 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도용 논란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