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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감원 우려 커지는데…"최저임금 1만2000원" 외치는 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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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최저임금委…내년 인상 폭 두고 첫 전원회의

노동계, 올해보다 25% 인상 주장
저소득층 위해 올려야 한다지만
인건비 높아 일할 곳 줄어들 수도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될지 주목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2일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위한 첫 전원회의를 연다. 시간당 1만2000원의 요구안을 제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다음달 대규모 최저임금 투쟁을 예고하는 등 정부와 사용자 측을 압박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경기 불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양대 노총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초비상이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충격으로 인한 고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저임금 급등, 저임금 근로자에 타격”
1일 고용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차 전원회의를 연다. 노동계는 일찌감치 내년도 최저시급으로 1만2000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24.7% 인상된 금액이며, 월급으로 환산하면 250만8000원이다.

노동계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후 최악의 고물가 탓에 실질임금이 축소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절 성명서에서 공공요금 인하,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며 다음달 최저임금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경영계는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들어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금액으로는 380원 이상, 인상률로는 3.95% 이상 오르면 최저임금은 역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인력 구조조정을 야기하고 기계화·자동화를 가속화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48.7% 오르는 동안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수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22년 426만7000명으로 늘었다.

인건비 부담에 심야 영업을 접는 점포도 증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편의점 매장 5곳 중 1곳은 야간에 영업하지 않고 있다. GS25의 심야(밤 12시~오전 6시) 미영업 점포 비중은 2018년 13.6%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1.1%로 높아졌다. 낮에는 사람이 운영하고 밤에는 무인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도 1분기 기준 698곳으로 급증했고, 완전히 무인으로 운영하는 매장도 88곳에 달하는 등 일자리 감소가 현실화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될까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최저임금 미만 비율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당 최저임금 9160원도 못 받은 근로자는 275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2.7%였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에서는 134만 명 중 31.2%에 달하는 41만9000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 한 해에만 일시적으로 적용됐을 뿐 이후에는 적용된 적이 없다.

이번에도 차등 적용이 제대로 논의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3월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이 반대 여론에 막혀 중단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란 민감한 이슈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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