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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재무평가 변화…유용성 잃어가는 이자보상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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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경제뉴스를 읽다 보면 이자보상배율이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평가할 때나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재무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자주 활용합니다. 은행권에서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주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이자보상배율을 활용합니다.

이자보상배율은 쉽게 말해 금융비용 부담에 대한 영업상 수익·자금 창출 능력을 보는 것입니다. 영업상 수익·자금 창출 규모를 금융비용으로 나눠서 산출합니다. 어떤 영업상 수익·자금 창출 규모를 선택할 것인지는 활용 목적에 따라 결정됩니다.

주로 영업이익/금융비용이 많이 사용됩니다. 다른 형태의 비율보다 업종에 관련 없이 비교 지표로 활용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능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금융비용을 봐도 됩니다. 이 지표는 동일 업종 기업 분석을 할 때 많이 사용됩니다.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관점의 분석에 쓰이죠.

그런데 평가지표로 이렇게 탄탄했던 이자보상배율의 입지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저금리 때문입니다. 최근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당분간 저금리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금리가 계속되다 보니 평가 지표로 이자보상배율의 매력과 가치가 약해지고 있는 겁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밝혀 눈길을 끕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자보상배율의 활용 가치가 여전하지만 저금리 고착화를 감안해 대체 지표 활용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제 기업이 부담하는 금리 수준은 과거에 비해 꽤 줄었습니다. 2000년대 연 4~5%에 이르던 기준금리는 최근엔 연 0.5%까지 낮아졌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은 산식상 분모 규모가 작아지면 상승 효과가 커집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차입원금 상환재원 창출이 불가능한 기업인데도 지표상 이자보상배율이 우수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차입금 차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안정적인 시기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갑작스러운 변수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일시적으로 금리가 뛰면 이들 기업은 대응능력이 취약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거든요. 저금리 수준이 심화할수록 이자보상배율이 실제 기업의 재무 상태와 동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기태훈 나이스신용평가 평가기준실장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못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업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 부실 기업이 될 가능성도 높다. 또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저금리 상황에서도 실질 조달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자보상배율의 유용성이 있다. 하지만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경우 범용 평가 지표로 변별력은 종전에 비해 저하될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나이스신용평가는 보완성이 높은 조력 지표를 제시했습니다. 차입금/영업이익이 그것입니다. 차입금/영업이익은 금융시장 변화, 이자율 변동에 관련 없이 차입부채에 대한 영업상 수익·자금 창출 대응능력을 나타낸다는 이유에서죠. 이자보상능력을 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주장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차입금은 금융비용이 나오는 원천이기 때문에 영업이익/금융비용과 차입금/영업이익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며 "두 지표의 설정 수준을 검토할 때 상호 참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장 관계자들의 공감과 동의 등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환경 변화에 대응해 평가 지표의 적합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문제의식과 의견 개진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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