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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도전을 실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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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BP) “실패에서 배운다.” 교과서적인 말이다. 진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움이 실제로 일어나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모두가 알지만 실패를 교훈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시프트 어헤드》는 페이스북, 제록스, GE, CNN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의 글로벌 기업 30개의 흥망성쇠에 대한 현실적이고 심층적인 기록이다. 어떤 기업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반면 어떤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위기를 알리는 신호를 조기에 발견했음에도 말이다. 순간의 판단과 대처가 수많은 글로벌 기업 및 조직의 미래를 가른 차이였다.

브랜딩 최고 전문가와 오랜 경력의 마케팅 교수인 두 명의 저자는 공신력 있는 경영학 연구는 물론 각 기업의 실무자 및 경영자와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대응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고, 현재에도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이어가는 기업은 무엇이 달랐을까.

모두가 혁신을 외친다. 그런데 대개는 정확한 상황 파악과 구체적인 방향이 빠져 있다. 공허한 이유다. 혁신으로 가는 만고불변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대의 변화는 같은 속도로 동일하게 영향을 끼치지만, 그 변화를 맞이하는 각 기업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쪽 기준에는 세상의 변화를, 다른 한쪽 기준에는 자신의 환경을 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을 찾아나가야 할까.

연역이 아닌 귀납의 방법이 필요하다. 특정 답을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과 환경에 최적화된 답을 찾는 것이다. 기업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체성을 바꿔가는 것이 좋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뉴욕의 명소인 샌드위치 브랜드 카츠델리카트슨은 정체성을 고수함으로써 성공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반대의 상황에 처했다. 요즘 말로 하면 ‘케바케’다.

두 명의 저자가 30개나 되는 글로벌 기업의 실무자와 경영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이유다. 이론보다 현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 특정 이론에 현실을 맞춰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구체적 사안에서 출발해 공통의 인사이트로 향한다.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실패하게 된 사연을 가장 가까이서 들은 뒤 경영학 이론과 연구 사례와 비교해가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온라인 경쟁과 구독자 감소 문제에 직면했을 때 환경에 적응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폭스에게 합병되고 말았다. 이와 반대로 포브스미디어는 온라인 플랫폼과 새로운 콘텐츠 생산 전략에 집중하기 위해 신속하게 비즈니스모델을 개편했다. 종이 없는 세상으로 변하면서 제록스는 솔루션 기업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꾸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제록스는 실수를 범했고 결국 두 기업으로 분리됐다. 반면 IBM은 변화의 전통을 기초로 컴퓨터 제조사에서 IT 솔루션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9장으로 구성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조직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의 종류와 그것을 감지하는 방법, 변화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 새로운 승리의 전략을 만들어낸 기업의 숨겨진 비결이다. 각 꼭지에는 이 세 가지 주요 함의가 촘촘히 엮여 있다.

책에서 다뤄진 기업 중 토이저러스와 CNN을 살펴보자. 둘은 장난감과 뉴스라는 전혀 상반된 상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비즈니스모델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에 따른 결과의 차이에서 공통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토이저러스는 한때 세계 최대의 장난감 유통 브랜드였다.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 좋은 상품이 차별화 포인트였다.

하지만 월마트를 비롯한 거대 유통 브랜드의 등장과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유통 채널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또한 장난감을 구매하는 이유, 선호하는 장난감이 바뀌었음에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경쟁 상황에 매몰되어, 장난감의 경쟁 상대를 장난감으로만 보았으며, 유통 채널의 변화에도 둔감했던 것이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을 할인판매 하는 기존 사업을 잘 운영하는 일에는 탁월했지만 고객의 진정한 요구나 ‘경쟁의 범위’는 보지 못”했다.

CNN은 토이저러스와 달랐다.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처하면서도 본질을 지켰다. 장난감 유통과 마찬가지로 뉴스 보도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새로운 소식을 접하기 위해 과거처럼 TV 앞에 앉지 않았다.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했고, 취향과 관심에 따라 언론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었다. CNN은 고전하는 상황 속에서 디지털 수요의 증가에 대응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동영상이 온라인을 지배할 것으로 보았고 동영상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제작했다. 또한 웹사이트, 모바일앱, 소설미디어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디지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산했다.

그러면서도 CNN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은 놓치지 않았다.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알았다. 뉴스 소비 방식이 변했고 그에 따라야 하지만 결국은 “CNN의 차별성은 언제나 탐사보도와 기획보도를 통해 나타날 것”이라는, 전 CNN 디지털마케팅책임자 스캇 사폰의 말처럼 말이다. 이는 미디업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이 참고해야 할 지점이다. “세계가 극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자동차의 핸들에 대한 통제 능력을 잃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전통적인 영업 방식을 무너뜨릴 때, 경쟁자가 갑자기 등장할 때, 트렌드와 취향이 지속적으로 변할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준비와 대처를 잘해내는 기업은 늘 존재하고, 수 차례의 위기를 거쳐 지금까지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인터뷰와 자세한 사례로 가득한 이 책은 변화라는 담대한 도전을 현명하게 실행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