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아르바이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하루 평균 4시간 동안 근무 한다는 장점이 있다. 방학 동안 공부나 다른 활동에 크게 지장 받지 않고 용돈을 벌 수 있다. 대학생들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주휴수당이 적용돼, 하루 4시간 주5일 근무 기준 월 96만 원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업무 보조의 성격이 높아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다는 점과 집에서 가까운 근무지에 배치될 확률이 높은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얼마 전 구로구청 여름방학 대학생 알바 모집에 125명 선발에 795명이 지원해 6.36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취지와는 달리, 인력이 불필요한 업무에 대학생들이 비효율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몇 년 전 강원도 모 구청에서 관공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전 모 씨(25)의 얘기를 들어봤다.
강원도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전 씨는 당시 방학을 맞아 관공서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선발됐다. 전 씨는 다른 대학생 3명과 함께 해당 지역의 청소년수련관에 배치됐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담당자의 당황한 표정이었다. 기대했던 행정 업무는 고사하고, 수련관 담당자들조차 그들에게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할지 몰랐던 것. 결국 전 씨를 포함한 3명의 대학생들은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전 씨는 근무 기간 내내 오전에 잠깐 청소하거나, 한여름에 잡초를 뽑는 등 일명 ‘잡일’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전 씨는 ‘아르바이트’란 명목으로 매일매일 출근했지만 할 일이 없어 책을 읽는 동료들도 더러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거나 점검하는 기관은 물론 담당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씨는 구청으로부터 주휴수당을 비롯한 모든 임금은 정상대로 지급됐다.
모 구청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선발돼 해당 지역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박 모 씨(23)의 경우는 반대였다. 기존 구청에서 박 씨에게 공지한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였지만 어린이집 원장의 요청으로 오후 1시~5시로 근무시간이 변경됐다. 박 씨는 “아무래도 근무 기간도 짧고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라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래 짜놓았던 할 일이나 계획을 불가피하게 변경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꿀 알바’라고 듣던 것과 실제 업무 강도가 꽤 다르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상대하기도 하고, 수업 교재, 서류 정리 등 남는 잡일들을 도맡아한다는 박 씨는 “아무래도 맡은 업무가 전문성이나 숙련도를 요구하진 않는 단순 업무 위주이지만, 업무량이 많고 여유 시간도 없어 마냥 편하다고는 절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해당 구청의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알바 중인 대학생 한 모 씨(24) 역시 “정해진 업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남는 일이나 요청받는 일을 하다 보니 여유가 많이 없고 계속 정신없이 바쁘다”고 털어놨다.
앞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구청 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배정받는 관공서, 근무지에 따라 업무 강도부터 내용까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정해진 업무가 없어 잡다한 업무를 도맡아 하거나, 앞의 전 씨의 사례처럼 일이 없어 책을 읽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씨가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던 강원도 춘천시청 행정지원과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 본 결과, 춘천시청 관계자는 일명 ‘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지역 내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관들의 요청을 기반으로 배치되는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라 언급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청에서는 지역 내 기관들의 인력 수요 조사 후 이를 검토하고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 까지만 담당할 뿐, 그 이후에 대학생들의 업무 실태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은 인력 상의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이어 “실질적으로 모든 기관을 감독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실태인 만큼, 필요 인력을 파악하고 신청하는 각 기관들에서 조금 더 신중해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끝) /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