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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수업과제 대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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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전동현 대학생 기자] 얼마 전 강원지역의 한 국립대 학생이 ‘과제 대행’을 당당히 밝혀 논란이 됐다. 해당 학생은 전공 관련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학과 오픈 채팅(익명 채팅방)에서 “ㅋㅋ저는 과제 돈 주고 해서 그냥 만점인데ㅋ”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그는 “ㅋㅋㅋ부러운가?” “지금부터 할 과제가 난 다 만점 이라고 ㅋㅋ”라며 다른 학생들을 비웃기까지 했다. 대화 내용은 캡처돼 학교 커뮤니티에 공개돼 많은 학생의 공분을 샀다.

실제로 중고거래 사이트와 포털 등에서 과제 대행 관련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용자들의 후기를 공개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주겠다는 업체와 공동으로 신청하면 할인 혜택까지 주는 곳까지 업체 간 경쟁도 치열했다. 도대체 대행업체에선 어떻게, 누가, 얼마를 받고 과제를 대신 해주는 것일까. 한 대행업체에 직접 과제를 의뢰했다.

비용은 페이지 당 1만원 선이었으며, 주제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고 했다. 주제를 설명하자 업체 관계자는 “가능은 하나, 지금은 바쁜 시기라 업무가 꽉 차 있다며 시기라 7~10일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냐는 질문에는 “직원이 인터넷 자료조사를 통해 작성한다”고 답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같은 과제를 의뢰하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걱정스럽게 묻자 “서로 다르게 써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 표절률 10% 이하로 보내준다”고 답했다.

의뢰 후 기자임을 밝히고 업체 대표 A 씨와 통화를 진행했다. A 씨는 코로나 19로 과제 대행 요청이 늘어났으며, 6월 첫 주 기준 하루에 약 40~50명이 업체로 문의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과제 대행 서비스가 20~30년 전부터 존재해왔고, 입금하면 사라지는 ‘먹튀’ 사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업체 직원 중 ‘대학교수’도 있다고 했다. 쉬는 시간을 활용해 용돈 벌이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의뢰한 결과물은 당초 7~10일이 소요된다고 말한 것과 달리 이틀 만에 받아볼 수 있었다. 결과물의 수준은 어떠한지, 대행물을 구분할 수 있을지, 의뢰한 과제를 내준 교수를 찾아갔다.

김활빈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업체가 보내온 결과물을 확인하며 “결과물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어색한 부분이 몇 곳 있지만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원생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교수 입장에서는 A학점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표절 검사도 피해 가기에 누군가 대신 작성해준 과제물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고 전했다.

강원대 학생 B 씨는 대학생들의 과제 대행에 대해 “내가 네다섯 시간 투자해 과제 할 동안 누구는 돈 내고 과제를 시킨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정말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 거 같다. 과제는 스스로 강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데, 돈으로 이걸 해결하면 학교에 다니는 의미가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끝) / min503@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