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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급 기업'으로 주저 앉은 선진의 승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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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하림그룹 배합 사료·식육 제조업체 선진의 신용도가 연일 하락세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양돈 계열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최근 현금흐름이 급격하게 나빠진 탓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일 선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지난 5월 한국기업평가가 선진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데 이어 나이스신용평가까지 등급 조정에 동참한 것이죠.

한 단계 차이지만 A급 기업에서 BBB급 기업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등급 강등의 의미가 큽니다. A급 기업도 최우량 신용도를 갖췄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사업 기반이 탄탄하다면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BBB급 기업에 대해선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처럼 예기치 않은 변수가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덮었을 땐 BBB급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림그룹에 속해 있는 선진은 양돈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이후 배합사료 제조와 판매, 식육·육가공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하림지주가 지분 50%를 갖고 있습니다. 오랜 업력과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기반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들어왔습니다. 식육 부문은 빠른 성장세를 띠며 연 매출 4000억원 수준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고요.

선진의 매출을 이끌고 있는 사업 부문 중 하나인 배합사료는 시장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치고 있습니다. 선진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2017년부터 중국, 인도, 베트남 사료 기업을 인수하면서 사업 보폭을 넓혔고요. 이 덕분에 배합사료 부문에서 연 평균 15%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배합사료와 양돈 부문을 중심으로 매출을 꾸준히 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선진의 신용도를 낮게 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수익성입니다. 2018년 이후 돈육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선진의 식육과 양돈 부문의 영업수익성이 하락했습니다. 이익기여도가 높은 양돈 부문의 경우 2018년 들어 이익이 크게 줄어 선진의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기존 6~7% 수준에서 4%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양호한 영업실적 덕분에 2017년 700억원까지 증가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18년 516억원까지 줄었고요. 2018~2019년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크게 나빠졌습니다.

해외 사료 사업 진출과 육가공 관련 사업법인 인수, 양돈 농가 증가에 따른 지원 규모 확대로 2017년 말 2606억원이던 차입금은 올 3월 말 기준 5852억원까지 증가했답니다. 부채비율은 올 1분기 말 기준 201.5%에 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영업실적이 개선돼도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선진의 신용등급 하락이 당장 유동성 위험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신용도는 낮아졌지만 선진이 갖고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 규모가 4200억원에 달해 담보 제공을 통한 추가 조달 여력은 충분하거든요.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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