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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 업체가 부동산 개발에 '올인'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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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페이퍼코리아의 신용도가 날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페이퍼코리아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어느새 B급의 가장 하단인 B-(한국기업평가 기준)까지 내려왔습니다.

페이퍼코리아는 과거 신문용지 생산과 판매를 주력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용지 수요가 줄면서 2017년 신문용지 자체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완전 자회사인 나투라페이퍼에서 생산한 신문용지를 위탁판매하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대신 공장 이전을 통해 크라프트지 생산능력을 확대했습니다. 주력 지종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올 1분기에는 환경 규제에 따른 원료 수급 차질로 생산이 위축된 중국에 크라프트지를 팔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페이퍼코리아는 침체된 제지산업을 고려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페이퍼코리아는 신문용지를 생산하던 군산 조촌동 공장 부지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자체 분양사업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주거용지 중 일부는 시행 자회사를 통해 분양이 마무리됐습니다. 나머지는 올 하반기와 내년 중 분양을 계획하고 있고요.

상업용지는 토지 매각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내 대금이 입금될 예정입니다. 페이퍼코리아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보유하고 있는 주거용지와 기타용지를 매각하고 매각이 완료된 상업용지 대금 회수 등을 통해 2000억원 가량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부동산 사업 전개에는 변수가 많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주력 제품의 수요가 위축되다 보니 영업적자를 벗어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높은 수준의 금융비용 부담으로 세전이익은 적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수익구조는 미흡한 상태고요.

토지 매각 대금 유입과 수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부족하고 나투라페이퍼 인수 등이 겹쳐 차입 부담이 늘었답니다. 올 1분기 누적결손금 해소를 위한 무상감자와 대주주가 보유한 전환사채(CB) 전환권 청구 등에 힘입어 부채비율이 개선됐는데도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296.5%에 달합니다. 순차입금 규모는 2998억원이죠.

한국기업평가는 "페이퍼코리아의 재무부담이 매우 과중하다"고 우려합니다. 매우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만큼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페이퍼코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산 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물류 확대가 점쳐지고 있거든요. 페이퍼코리아의 주력 제품인 크라프트지 판매 확대가 가능해 졌답니다.

올해 상업용지 매각 대금이 유입되고 보유 부동산을 팔면 일정 부분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신문용지 수요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데다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이 여전해 차입금을 큰 폭으로 줄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많습니다.

이승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불안정한 실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토지 매각과 최대주주의 재무적 지원에 기대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공장 부지 매각 진행을 통한 차입금 경감 수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 향후 신용도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답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