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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추천하는 '비건'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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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한경 머니 기자)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힘이 불끈 솟듯, 여름철 보양식도 고칼로리 동물성 요리에서 고단백 저칼로리 비건 음식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왜일까.

‘인생은 존재가 아닌 건강에 있다’는 고대 그리스 격언처럼 건강은 온 인류의 최대 과제이자 행복의 요건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경우, 잦은 외식과 불규칙한 식습관, 폭식, 과음 등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고열량 육식 위주의 식생활과 운동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혀 온 대장암 유병률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한국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조사 대상 184개국 중 가장 높다.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대장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16.5명)이 위암 사망률(16.2명)을 추월한 이후 2017년에는 17.1명까지 증가했다. 따라서 과거 주로 2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불었던 ‘채식 바람’이 이제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조류독감, 구제역 등 음식 매개 전염병에 대한 공포, 웰빙 문화,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채식주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수는 지난해 기준 150만 명이다. 이 중 비건 인구수는 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은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고단백 보양식 문화가 발달했다. 대표적인 보양식이 삼계탕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땀을 배출해 열을 내보내고 체온을 유지한다. 이때 수분, 무기질 등이 함께 빠져나가 몸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삼계탕의 재료인 닭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칼로리다. 삼계탕의 칼로리는 무려 900kcal 이상으로 흰쌀밥 세 공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밑반찬까지 곁들이면 1000kcal를 웃돈다. 또 다른 여름철 스태미나 음식인 장어구이도 식당에서 함께 나온 밥과 반찬 등을 모두 섭취하면 1500kcal를 훌쩍 넘는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전체 섭취 열량이 부족해 여름철 동물성 보양식이 필요했지만 이미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칼로리 보양식은 되레 잉여 에너지로 남아 제 역할을 못하고,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보양식의 패러다임도 동물성 건강식이 아닌 채식 건강식으로 변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올여름 어떤 비건 보양식을 먹는 것이 좋을까. 그 대안으로 한국사찰음식을 제안한다. 대개 사찰에서 정신 수행을 하는 승려들은 운동량이 적어 아무리 호흡법으로 기(氣)를 돌려도 몸 전체에 원활하게 돌지 않아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수행하는 승려들은 소화가 쉽게 이루어지고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영양은 충분한 사찰 보양식을 먹는다.

이러한 사찰 보양식은 주로 컴퓨터 곁에 앉아서 오래 일을 하고, 운동량이 적은 현대인들에게도 건강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만난 혜범 스님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소 주춤하지만, 지난해까지 매해 이곳을 찾는 체험객 수들이 늘고, 그 범위도 광범위해졌다”며 “외국인의 경우 지난해에만 8570명이 방문했고, 그중 2063명이 체험을 하고 가셨는데, 대개 자연 그대로의 맛을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사찰음식은 산사의 보양식품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보양식품이란 사람이 몸을 보할 목적으로 먹는 식품으로,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들이 체내에서 종합적으로 또는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여러 가지 병의 증세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식품이 지니고 있는 성분, 영양학적·약리적 효능 및 용도에 따라 ▲보기식품 ▲보혈식품 ▲보양식품 ▲보음식품으로 나뉜다.

보기식품은 기가 허한 것을 보충해 주는 식품으로, 특히 여름철 기가 부족하면 기운이 없고, 몸이 나른하고 권태감이 심하다. 이때 도움이 되는 식품은 수수, 찹쌀, 고구마, 감자, 채소류인 인삼, 마, 유자, 매실, 잣, 꿀 등이 있다. 체내 혈액을 보충해 주는 보혈식품은 심장·혈관 계통의 생리적 기능을 조절해 준다. 혈이 허하면 얼굴이 누렇고, 입술과 손톱, 발톱의 색깔이 창백하며 귀울림과 난청이 심하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당귀, 도라지, 냉이, 시금치, 다시마, 대추, 오미자, 토마토 등이 도움이 된다.

보양식품과 보음식품은 체내 양기와 음액이 허한 것을 보충해주는 것으로 미나리, 쑥, 두충, 오디, 호두, 겨자씨는 보양식품에, 콩, 율무, 메밀, 토란, 더덕, 들깨 등은 보음식품에 포함된다.

혜범 스님은 “실제로 이곳을 찾는 분들 중 암환자나 특히 위장 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이 많다”며 “사찰음식이 무조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분명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것은 맞다. 가장 좋은 식습관은 복잡하게 요리하지 말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침에는 살짝 쪄낸 야채를 슴슴하게 드시는 걸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끝) / 출처 한경 머니 제182호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magazine.hankyung.com/money/article/2020062500182036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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