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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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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한경머니 기자) “혀와 이(치아)는 다른 무엇들보다도 서로 가깝다. 그러나 이는 언제고 혀에 상처를 낼 수 있다.” 가족에 대한 풀라니족(서아프리카에서 중앙아프리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이슬람 민족)의 잠언이다. 한없이 가깝고, 그래서 또 매섭게 부딪치는 애증의 이름, 가족. 지금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의 의미를 묻는 영화 작품 세 개를 추천한다.(편집자 주)

영화 <어느 가족>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단골 소재는 ‘가족’이다. 그는 끊임없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 역할, 그리고 사랑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작품인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누구 하나 혈연이나 법적으로 가족의 연을 맺은 사람이 없다.

그저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학대당한 사람들일 뿐이다. 살아가는 방식도 비참하고, 기묘하다. 생존을 위해 도둑질, 막노동, 유사 성행위를 서슴지 않고, 사망한 할머니 하츠에의 시신을 집에다 묻은 채 계속해서 연금을 받아서 쓴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있을 때 더없이 화목하다. 한 집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웃음과 온기를 나눈다. 영락없는 가족의 모습이다. 감독은 마치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이들이 가족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혈육 중심의 가족사회에서 기묘한 대안 가족을 통해 가족의 본질을 파고드는 수작.

영화 <결혼피로연>

대만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부동산 딜러 웨이퉁은 애인 사이먼과 동거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웨이퉁의 부모님은 그가 하루 빨리 결혼해 손주를 안겨 주길 고대한다. 이에 웨이퉁과 사이먼은 부모님과 자신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을 생각하는데, 웨이퉁이 관리하는 건물의 세입자인 웨이웨이와 위장결혼을 하는 것.

미국 영주권이 필요했던 웨이웨이는 그들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다. 아들의 결혼 소식에 뉴욕까지 찾아온 부모님은 대만의 전통 혼례식을 치르고 웨이퉁, 사이먼, 웨이웨이는 걷잡을 수 없는 사건사고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 <결혼피로연>은 아시아의 명장, 이안 감독의 출세작이다. 199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동양과 서양, 동성애와 이성애, 그리고 부모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들을 가족이란 이름으로 유쾌하고 뭉클하게 묶어 낸다. 코로나19로 강제 방콕에 지치고 우울하다면 가족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시트콤 <모던 패밀리>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온 미국 시트콤 <모던 패밀리>가 올해 4월 시즌 11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골든 글로브, 에미상, 미국 작가조합(WGA)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모던 패밀리>은 그야말로 다양한 현대 가족군상의 모습을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풀어낸다. 작품 속에는 동양 아이를 입양하는 게이 부부, 자신의 딸보다 어린 남미 출신의 부인과 결혼한 성공한 사업가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딸인 클레어는 남편과 세 남매를 키우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영화 <해리포터>의 매직처럼 시즌을 거듭하면서 성장해 가는 아역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이자, 묘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족의 구성은 독특하지만 그 어떠한 막장코드는 없다. 그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가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재밌고, 잔잔하게 풀어낸다. (끝) / 출처 한경머니 제181호.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3fIE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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