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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RPA(업무자동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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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직장인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원격 근무, 비대면 보고와 같은 업무 방식은 단기 실험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재택근무는 주4일 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유연성을 살리면서도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근무 형태 실험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화상 회의, 그룹 영상 통화, 안면 인식 서비스 등 언택트(비대면) 관련 솔루션이 적극 활용되면서다. 온라인 필기 시험과 영상 면접이 늘어나면서 인사 채용 방식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실현되고 있다. 여기에 ‘사무 로봇’이 더해진다. 공장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면 사무 환경에서 비즈니스 생산성을 높일 비밀 병기로 RPA(업무 자동화 : 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주목된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단순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소프트웨어 로봇이 사람의 작업과 동작을 모방해 사람 대신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들은 고부가 가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협업 도구로 유용하다. 수작업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던 오류를 줄이고 품질을 개선해 비즈니스 생산성 혁신 효과를 제고하는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RPA 기업 유아이패스가 정의한 RAP의 개념에 비춰 보면 사람과 같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또 실수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운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같은 양의 데이터를 사람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즉, 단순 반복적이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

떠오르는 RP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업계 대표 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주요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삼성SDS·LG CNS·SK(주) C&C·포스코ICT가 이 시장에서 격돌한다.

삼성SDS는 자체 개발한 ‘브리티웍스’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SDS가 개발한 브리티웍스는 단순 업무를 대신하는 RPA에 챗봇, 광학적 문자 판독(OCR), 머신러닝·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했다. 복잡하고 여러 사람이 협력해 수행하는 업무까지 자동화하는 지능형 업무 자동화(IPA) 솔루션이다.

삼성SDS의 브리티웍스는 이미 삼성전자·삼성전지·Sh수협은행·전자랜드 등 40여 기업에서 도입해 제조 공정 관리, 고객 응대 등 업무 자동화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2월 PwC컨설팅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PwC 글로벌 컨설팅 경험과 브리티웍스 기술력을 결합해 국내외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유럽·미국·중국 등 30여 개국에서 서비스하는 글로벌 지급 결제 플랫폼 사업자 크레도락스와 지급 결제 플랫폼 등에 브리티웍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RPA를 전사에 내재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전 직원의 80%가 브리티웍스를 활용해 각자 맡은 업무를 자동화했고 그 결과 현재까지 총 82만 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LG CNS는 RPA와 AI 기술을 결합해 국내 최초로 ‘자동 급여 이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 영업점에서 첫 상용화를 시작해 향후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은행의 급여 이체 담당자가 기업에서 받은 급여 대장을 e메일에서 골라 은행 내부망으로 옮겼지만 LG CNS의 RPA는 급여 이체 담당자 없이 홀로 업무를 수행한다.

LG CNS는 또한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코로나19 자가 진단 서비스’를 개발해 활용했다. RPA가 발송하는 문자 URL을 통해 임직원이 자가 진단 사이트에 접속해 진단 항목에 체크하면 RPA가 결과를 취합해 각사의 담당자에게 현황을 전송한다. 체크 리스트에는 발열 여부, 위험 지역 방문 여부, 가족 내 확진자나 의심자 여부 등을 체크하도록 했다. 해당 서비스는 클라우드 위에서 운영된다. LG 계열사와 자회사 등 총 24개 회사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SK(주) C&C는 건설사 최초의 AI를 활용한 ‘입찰 안내서(ITB : Invitation To Bid)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입찰 안내 분석 시스템은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찾아 알려줘 불필요한 검토와 보고 작업을 줄인다. SK건설은 SK C&C의 AI ‘에이브릴’을 활용해 일반 계약을 포함한 공정·배관·기계·전기·계측제어·토목·건축·소방 등 전체 설계 공종 모두를 아우르는 ‘AI 종합 입찰 안내서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통상 1만여 장에 달하는 입찰 안내서를 분석하기 위해 엔지니어 30명이 100시간씩 총 3000시간을 투입해야 했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를 60% 이상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정확도 역시 7% 이상 높일 수 있다고 SK(주) C&C 관계자는 밝혔다.

또 SK하이닉스와 SK(주) C&C의 신입 사원 공채에는 ‘에이치알 포 리크루트’를 활용하고 있다. 에이치알 포 리크루트는 기업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서류 전형의 자기 소개서 평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가령 1만 명의 서류 전형을 검토할 때 채용 담당자 10명이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평가해도 7일 정도 걸리던 작업을 ‘에치알 포 리크루트’를 활용하면 8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포스코ICT는 2017년부터 사무 분야 업무에 RPA 시스템을 적용해 직원들이 정해진 업무 시간 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포스코ICT의 RPA는 ‘사이버 직원’으로 등록돼 있어 본인 소유의 PC와 메일 계정, 이름을 가지며 ‘직원 찾기’에서도 검색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 로봇은 야근을 하면서 작업을 완료해 엑셀에 담아 e메일을 보내는 식으로 불필요한 일을 도맡아 한다.

주로 재무·회계·인사관리·노무와 같은 회사의 공통 업무 분야인 경영 지원 분야 26개 업무에 RPA를 적용하고 있다. 가수금 정산 외에도 산재보험·경조금·출산장려금 등 노무 관련 정산 업무와 부가세 자료 대사, 공시 및 세무 모니터링, 채권 관리 등 재무 업무, 공급 계약서 작성 등의 구매 업무는 물론 사업 프로젝트 관리도 RPA의 몫이다. 포스코ICT에 따르면 가수금 정산 업무의 경우 RPA 도입을 통해 해당 업무에 드는 시간이 연간 600시간에서 180시간으로 70% 정도 감소됐다.

포스코ICT는 이를 기반으로 대외 사업화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하나금융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금융에 특화된 RPA를 개발, 공동 사업화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에 RPA를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제조업 분야에도 확산하고 있다. 또한 성장세에 있는 RP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RPA 솔루션 ‘에이웍스’를 자체 개발, 확보하고 있다. (끝) /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280호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3dOpBq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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