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코로나19가 유통업계에 미친 영향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덮쳤다. 소비 심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이 사라지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상황을 타개할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사정은 어떨까.

‘코로나 포비아’로 소비자들은 외출을 꺼렸고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면세점과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은 잇달아 폐쇄됐다.

2월 셋째 주 기준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빅3 백화점의 2월 매출만 최소 5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월 1일부터 25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20.3% 빠졌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15.8% 감소했고 현대백화점은 12.1% 줄어들었다.

유통업계 매출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는 매장들이 생기면서 영업일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으로 2월 임시 휴점한 백화점 점포는 롯데백화점 명동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연매출이 조 단위를 찍는 곳들이다. 하루만 문을 닫아도 매출 수백억원이 사라지며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2월 셋째 주 숙박업과 음식점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14.2%나 줄었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30% 넘게 줄면서 면세점 매출액도 40% 정도 감소했다. 면세점업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지자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도 시들해졌다.

사상 첫 유찰이 나온 데 이어 참여를 신청했던 중견기업 면세업체 SM면세점이 입찰을 포기했다. 코로나19의 타격으로 면세점 매출이 급속도로 추락하면서 높은 공항 임대료 부담에 업계가 손을 들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인천공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여행객 모두 급속도로 줄었다. 인천공항의 2월 이용객은 160만 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43%나 줄었다. 공항 내 대기업 3사 면세점의 2월 매출액도 1050억원 수준으로 전월보다 51%나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코로나19의 악영향으로 정부 지원에서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배제되면서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SM면세점은 “입찰을 재검토한 결과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와 코로나19 지원 배제 및 경영 악화에 따른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판단돼 (T1 면세점) 입찰을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SM면세점이 입찰전에 손을 들기 전 인천공항 입찰 사상 첫 유찰 사례까지 나왔다. 2월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대기업 사업권 5곳(DF2·DF3·DF4·DF6·DF7)에 대한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DF2(향수·화장품), DF6(패션 기타) 사업권 등 2곳은 입찰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유찰된 곳 중 향수·화장품 사업권인 DF2는 당초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구역이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DF2 구역의 1차년도 최소 보장금(임대료)이 너무 높았고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며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 가족이나 친구와의 약속도 줄어들면서 영화관과 놀이공원은 텅텅 비었다. 영화 관람객과 놀이공원 이용객도 2월 3주 차에는 각각 57.0%, 71.3%나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장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는 순간 사회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며 “매출이 급격히 줄었지만 모객을 위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해 홍보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코로나19 종식이 오기를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의 지난해 말 대출 증가액이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에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끝) / kye0218@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276호.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2ylGVU9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