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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A+등급인데…’ 채안펀드 지원대상 확대 두고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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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정부가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지원대상을 확대했지만 기업들 사이에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A+'라도 최근에 등급이 떨어진 곳만 채안펀드의 자금을 받을 수 있어서입니다. 특정 기업 몇 곳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채안펀드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채안펀드가 가동을 시작한 지난달 1일 이후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진 기업의 회사채까지 채안펀드 매입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채안펀드 운용사들이 지원대상임에도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AA-등급 회사채를 담는 것은 주저하는 상황을 감안해 내린 결정입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1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채안펀드 운용사들은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신용등급(AA-)에 ‘부정적’ 전망이 붙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채안펀드의 외면으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며 한화솔루션은 당시 800억원의 매수주문만 받는 데 그쳤습니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 전망을 붙인 AA-등급 기업들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A+등급 기업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똑같이 A+등급인데 신용등급이 최근에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채안펀드의 지원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의 경우엔 모든 A+등급을 채안펀드 신규 매입대상에 넣었습니다.

금융위가 기준 시점으로 정한 4월1일 이후 신용등급이 A+로 떨어진 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사실상 한화솔루션처럼 신용도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몇몇 기업만이 추가 지원대상에 편입되는 셈입니다. 20일 기준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는 AA-등급 기업은 한화솔루션을 포함해 녹십자, 롯데렌탈, 한국항공우주 등 7곳입니다. 반면 A+등급 기업은 30여 곳에 달합니다.

A급(신용등급 A-~A+) 회사채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발행되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금리를 크게 높이고도 기관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인해 가까스로 목표로 한 투자수요를 채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황이 크게 나빠진 기업은 더욱 투자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AA-등급인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조차 지난 19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딱 모집액만큼인 15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신용등급이 똑같은데도 몇몇 기업만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도록 하면 이들한테만 특혜를 준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며 “여전채처럼 모든 A+등급으로 지원대상을 명확히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 설립 등 저신용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정책 사각지대를 없애는데 적잖은 노력을 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A+등급 기업 입장에선 이 같은 지원을 받는 것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할 수도 있어 신청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A+는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다섯 번째로, 그리 낮다고 볼 수는 없는 등급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A+인 기업이 주요 지원대상이 저신용 기업인 지원안에 기대면 그만큼 재무상태가 크게 나빠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차라리 보유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거나 회사채시장 분위기가 좀 더 풀렸을 때 자력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려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끝) / jskim1028@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