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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업력의 '교복 강자' 형지엘리트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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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50년 업력의 '교복 강자' 형지엘리트가 내우외환으로 시름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 감소로 주력인 학생복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제화 사업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실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습니다.

학생복 브랜드 '엘리트'로 잘 알려진 형지엘리트는 옛 제일모직의 '에리트 학생복지'를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2003년엔 유니폼 사업부를 양수해 사업 범위를 넓혔습니다. 2013년 패션그룹형지 계열사로 편입됐죠. 이후 활동 보폭을 확대해 여성복 '라젤로'와 제화 '에스콰이아'를 인수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에 진출한 것이죠. 형지엘리트 외 아이비클럽, 스마트에프앤디, 더엔진 등의 경쟁이 거세진 데다 학생 수가 줄면서 학생복 매출이 감소세를 띠고 있거든요. 출생률 저하로 인한 학생복 시장 축소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한 겁니다.

하지만 형지엘리트의 주력인 학생복 뿐만 아니라 신 사업인 여성복과 제화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엘리트'는 학생복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복은 조달청을 통한 입찰 시스템을 활용해 주로 판매돼 성장 폭이 제한적입니다. '에스콰이아'는 노후화한 브랜드 이미지로 인해 경영이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2014년엔 회생절차를 겪기도 했습니다. 형지엘리트의 큰 축인 학생복과 제화, 이 둘의 사업 간 시너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 연결 매출 기준 학생복과 제화 사업의 비중은 각각 29%, 51% 수준입니다. '엘리트'는 대리점 중심의 판매망을 갖고 있습니다. '에스콰이아'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할인점 중심으로 유통망을 갖고 있고요. 형지엘리트는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 등으로 차입금을 꾸준히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평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은 0.5%에 그치고 있습니다.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입니다.

올 들어선 코로나19까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물론 형지엘리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요. 내수 패션업계 전반이 둔화했습니다. 매출이 급감하고 수익성 악화가 점쳐지고 있지요. 물론 학생복 부문은 수주 산업의 성격이 강해 매출이나 영업실적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하지만 개학이 연기되고 학생복 판매에 대한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되면서 지난달 운전자본 부담이 매우 커진 상황이랍니다. 이에 따라 원부자재와 외주가공처에 대한 매입대금 결제를 위해 단기 차입금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지난해 영업흑자 전환한 '에스콰이아'는 올 2월 이후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회복된 영업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조달청과 학교 관련 매출채권이라 대손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형지엘리트의 차입금 증가와 전반적인 재무안정성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형지엘리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현재 형지엘리트의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BB-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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