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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잡음 없는 '바나나맛우유' 빙그레의 진짜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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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올 들어 시장 안팎의 주목을 크게 받은 인수합병(M&A)은 단연 빙그레의 해태제과식품 빙과 사업 부분 인수였습니다. 지난 3월 말 빙그레는 해태제과의 빙과 사업 부문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인수 가격은 1400억원이었죠.

빙그레는 해태제과의 빙과 사업 부문 인수로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빙그레의 기존 해외 유통망에 '부라보콘', '바밤바' 등 해태제과의 주력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거든요. 해태제과는 빙과 사업 부문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제과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요. 말 그대로 '윈윈'할 수 있는 계약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사실 이런 계약이 가능했던 것도 빙그레의 탄탄한 재무구조 덕분일 겁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대다수 업종의 매출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음식료 업체들이 선방하긴 했지만 어렵긴 마찬가지였죠.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커다란 악재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대부분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치게 됐고요.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유동성 확보에 혈안이 됐습니다. 대규모 M&A나 신규 투자는 생각조차 못하게 됐죠.

하지만 빙그레 상황은 달랐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빙그레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787억원입니다. 총차입금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죠.

1967년 대일양행으로 설립된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 '투게더' 등 유가공품과 빙과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1998년 한화그룹에서 계열 분리됐고요. 장수 브랜드가 많고 전국 유통망이 확실해 시장 입지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주요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고 시장 내 경쟁이 거세졌지만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있다 보니 연결 기준 4~5%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나타냈습니다. 장기 보존이 어려워 단기간 내 생산·판매가 이뤄져야 하는 유제품의 특성상 운전자본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경상적인 자본적 지출과 배당금 지급을 하고서도 매년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M&A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지만 빙그레가 그렇지 않은 이유입니다. 통상 대규모 M&A가 성사되고 나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앞다퉈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빙그레에 대해선 "빙과 사업의 외형 확대와 시장 지배력 향상이 예상된다. 인수 대금은 현금성 자산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한국기업평가)"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주력 제품 판매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양호한 영업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올 여름 무더위가 예상되는 것도 빙그레의 실적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줄줄이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빙그레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죠.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에게 호평을 받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고 있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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