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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절대적이면서 상대적인 신용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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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여느 때보다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업종 불문하고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거든요.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일 수록 신용도 하락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어떤 평가 기준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는지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감안해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평가의 핵심과 특징에 대한 설명을 내놨습니다.

신용평가는 기업 혹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신용등급을 매기는 작업입니다. 기업이나 기업의 채무가 갖고 있는 신용위험을 서열화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신용등급입니다. 쉽게 말해 기업의 채무 불이행 위험과 채무의 손실위험을 기호화 한 것이죠.

투자자 입장에선 신용등급을 통해 상대적인 신용위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일률적인 기준이 있다 보니 직관적으로 기업이나 회사채의 신용위험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겁니다.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몇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표로는 금융비용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배수, 차입의존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지표로만 신용등급이 결정되는 건 아닙니다. 신용등급을 구성하는 요소는 방대합니다. 때로는 국제 환경, 산업 환경 등이 복잡하게 맞물리죠. 여기에 기업의 특성, 채무의 성격까지도 고려돼야 합니다.

이런 모든 요소를 정형화, 계량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엄밀하게 신용등급이란 상대적인 강약을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상대적이지만 체계적으로 기업들을 서열화 하기 위해 산업과 상품별로 다양한 평가요소를 만들어 놨습니다. 장기에 걸친 신용등급별 부도율 검증 결과도 활용하고 있고요.

상대적 서열화는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나 위기 상황 때 유용합니다. 코로나19가 대표적인 상황이죠. 신용평가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경기 변동이나 물가 및 금리 변화, 전쟁 등을 사전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즉, 예상치 못한 큰 이벤트에 대해선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신용등급에 관련 내용을 반영시킬 수 있는 것이죠. 투자자들이 '뒷북 신용평가'라고 비난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이런 구조적인 한계 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리 위험을 절대적인 신용등급에 반영하긴 어려워도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기업별 비교는 가능하도록 합니다. 어떤 기업이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이 우수한지를 신용등급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죠. 불황이나 경기 급변 시기엔 신용위험이 특정 산업 내에서 경쟁력이나 재무능력이 약한 기업에 주로 발생합니다. 신용등급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신용등급별로 신용위험을 차별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신용등급이 상대성과 절대성을 겸비해 가장 많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용등급이 갖고 있는 의미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한다면 앞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거나 기업 가치를 가늠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