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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금융권 '비대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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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한경 머니 기자) 언택트(untact) 트렌드는 유통소비 시장을 넘어 금융권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은행, 카드, 보험 등 대부분의 금융서비스가 비대면 서비스로 속속 전환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기업금융은 물론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언택트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대다수 국내 은행들은 개인 대상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은 심사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의 기업대출까지 언택트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있다. 기업의 신용등급, 대출 기간, 담보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 덕분이다.

사실 국내 은행의 디지털 경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등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둘러싼 생존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올해 역시 국내 주요 은행 수장들은 너도 나도 ‘디지털 강화’를 강조하며 다양한 실험에 나서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신한-조흥은행 통합 14주년을 맞아 “선을 넘는 과감한 도전과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행장은 특히 “언택트 소비가 빠르게 일상화되는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며 “디지털 금융을 향한 고객의 눈높이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올해부터 ‘디지털 후견인 제도’를 도입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과 관련한 신사업 과제 발굴을 독려했다. 조 회장 역시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디지털 노아 방주 구축’으로 제시하며 “디지털 전환이 구호로만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강화 전략은 크게 유망 핀테크업체 인수, 디지털 인적 역량 확보, 스타트업과 디지털 신사업 발굴 등으로 구분되는데, 경쟁사들의 디지털 전략 역시 방향성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금융의 디지털 강화 행보는 구체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의 AI 기반 투자자문 자회사인 신한AI는 올 초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한 투자 상품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으며, 신한카드는 국내 최초의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인 ‘신한 페이스페이’를 도입해 일부 대학 식당과 편의점 등에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얼굴에서 100개 이상의 특징을 잡아내는 방식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모바일 플랫폼을 경제 강의 등과 같은 소통 채널로 활용하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범위가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의 정보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은행들도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한은행은 기존 오프라인 경제 세미나를 유튜브 공식 채널로 대신하고 있으며, 한국씨티은행도 청소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당분간 온라인 형태로 전환해 진행하기로 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지역 명소를 소개해 온 경남은행도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초저금리 대출 비법 등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최근 전국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에 맞춰 금융 관련 정보 및 진로 멘토링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전국 학교에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 측 관계자는 “포스트-코로나 이후 시대와 관련해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신한은행 유튜브 채널 내 온라인 금융교육센터를 활성화해 어린이, 청소년, 사회 초년생 등 고객의 니즈에 맞춘 금융 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도 우리은행을 비롯해 주요 자회사 CEO 및 임원들이 참여해 디지털 트렌드에 대한 정보 습득 및 체험 기회를 갖는 ‘인사이드 리버스 멘토링(Inside Reverse Mentor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심화되는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 보험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자산관리(WM) 시장에도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미 5년여 전부터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도입돼 프라이빗뱅커(PB)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일반 고객들과 달리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비대면 서비스의 활용도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WM 사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언택트 트렌드에 대응한 서비스 도입을 마냥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WM사업부를 신설해 자산관리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NH농협은행은 올해 4월부터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을 위한 화상 상담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고객들은 전국 1100여 개 어느 영업점을 방문하더라도 ‘NH올백자문센터’ 소속 전문가들로부터 세무, 부동산, 재무 설계 등의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 WM사업부는 향후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만으로 화상 상담이 가능한 언택트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고액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웰쓰케어(Wealth Care)’ 세미나를 온라인 서비스로 확장한 ‘웰쓰케어 웹 세미나’를 선보였다. 온라인 서비스의 특성을 감안해 SC제일은행 거래 여부 등의 참석 기준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지난 4월 초 첫선을 보인 웹 세미나는 ‘코로나가 바꿀 미래, 투자의 방향은(부제: 달러로 미래를 바꾸다)’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세미나의 최대 5배 규모인 1000여 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웰쓰케어 웹 세미나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문화 확산과 함께 극도의 불확실성이 경제를 억누르는 상황에서 자산관리를 고민하는 고객들을 위해 기획됐다”며 “향후에는 펀드, 연금, 외화자산 등 흥미롭고 다양한 콘텐츠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SC제일은행은 향후 WM 시장에서도 비대면 채널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오프라인 세미나와 별도로 웹 세미나를 월 2회 이상으로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본점 내 스튜디오를 별도로 마련하고 유명 패널을 섭외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끝) / 출처 한경머니 제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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