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경기 불안한데 기업들 줄줄이 본점 옮기는 이유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경기가 불확실하면 아무래도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됩니다. 투자나 소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서죠. 일반 소비자랑 비슷합니다.

사실 본점을 옮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기업의 터전을 이동한다는 의미니까요. 유무형의 비용도 적지 않게 지출되고요. 그런데도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점 이점을 결정한 상장사들이 꽤 많습니다. 줄잡아 30여곳이 된답니다.

기업들이 본점을 옮기는 이유는 각양각색입니다.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가장 많습니다. 본점과 영업권의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우도 있고,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본점에 있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경우 차라리 부동산을 매각해 여유 자금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답니다.

코스닥 상장사이자 공학 연구개발 업체 켐온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로 본점을 이동합니다. 연구소가 분산돼 있어서 일원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건물 건설 업체 범양건영은 기존 충남 천안시에 있던 본점을 부산시로 이동합니다.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죠. 본점 이동을 결정한 상당수 기업들이 비슷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답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지방에서 서울로 본점을 옮기는 기업들이 많아진 겁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 업체 뉴트리가 대표적입니다. 뉴트리는 기존 경기도 성남시에 있던 본점을 서울시로 옮깁니다. 사옥 매입에 따라 본점을 옮기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선 가장 기분 좋은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상자용 판지 제조 업체 신풍제지는 경기도 평택시에 있던 본점을 서울시로 옮깁니다. 신풍제지 관계자는 "제조업을 중단하게 돼 본점을 옮기게 됐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전문 도매 업체 큐브앤컴퍼니 역시 강원도 원주시에 있던 본점을 서울시 금천구로 옮깁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랍니다.

아무래도 일부 제조업을 제외하면 서울로 본점을 옮겼을 때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영업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지방보다는 서울에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유리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답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기업이 서울을 고집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서울에 있던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답니다. 공장과 가까운 곳으로 본점을 옮겨 생산 인력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경비 절감을 위한 목적도 있지요.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서연이화는 서울시에 있던 본점을 경기도 안양시로 옮겼습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센터로 본점을 아예 이동한 것이랍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레드로버는 서울시 강남구에 있던 본점을 경기도 광주시로 이동했습니다. 근무 환경을 좋게 하고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죠. 이 밖에 플라스틱 제품 제조 업체 오성첨단소재는 충남 아산시에 있던 본점을 전북 익산시로 옮겼습니다.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익산 공장으로 본점을 이동한 것이랍니다. 화학제품 제조 업체 SK바이오랜드는 충남 천안시에 있던 본점을 충북 청주시로 옮깁니다.

이런 저런 부담에도 기업들이 본점을 옮기는 배경에는 직원들의 복지 향상이라는 공통된 이유도 있습니다. 본점 부지가 협소하거나 근무 환경이 낙후됐을 경우 근로 의욕이 떨어지거나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거든요.

여기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거에 본점을 옮기는 기업을 보면 서울시 강남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빌딩보다 싼 곳에 사무실을 차려 임차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국내외 경기가 워낙 불확실하고 전망이 좋지 않다 보니 자산 매각에 따른 현금 확보나 비용 절감을 위해 선제적으로 서울을 벗어나는 경우도 보인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