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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이름 덕에 일주일간 주가 123% 뛴 美 주식, 급등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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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상폐된 '줌텍', 주가 급등
코로나19 수혜주 '줌비디오'와 이름 같아
장 혼란 와중에 '묻지마 투자' 급증 탓


(선한결 국제부 기자) 미국 증시가 날마다 급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요즘, 기업 한 곳이 일주일만에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폭등했습니다. 최근 가장 이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나 진단키트를 만드는 기업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날 줌 테크놀로지스(줌텍) 주식은 미국 뉴욕 증권 장외거래소(OTC)에서 주당 14.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 13일 종가(6.50달러) 대비 상승폭이 123%에 달합니다. 지난 5년 내 최고가이고요.
사실 줌텍은 2014년 미국 나스닥에서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자진 상장폐지했습니다. 중국 기반 통신기술 회사라는 것 외엔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장외거래에서 이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단 하나, 이름 덕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급상승 중인 미국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 '줌 비디오커뮤니케이션스(줌비디오)'와 이름이 비슷해서입니다.

미국 증시는 '티커'라는 약칭을 써서 주식을 거래합니다. 애플은 AAPL을, 아마존은 AMZN을 쓰는 식인데요. 줌비디오는 ZM을 티커로 쓰고 있습니다. 줌비디오보다 먼저 상장해 티커를 선점할 수 있었던 줌텍은 ZOOM을 쓰고요.

줌비디오는 최근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재택 근무 수요가 증가해 주가가 상승세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등으로 번지기 전인 1월 말에 비해 주가가 약 66% 뛰었습니다.

즉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줌 주가가 많이 오른다더라”는 소문을 들은 일부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면서 전혀 엉뚱한 기업의 주식이 급등한겁니다. 줌비디오는 나스닥에 상장해 있고, 줌텍은 장외거래만 가능한 등 거래 시장부터가 다른데도 이름만 검색해서 주식을 매입한 이들이 많았나봅니다.

미 증시 투자자들이 줌텍과 줌비디오를 헷갈린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줌비디오가 상장한 2019년 4월에도 줌텍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주당 6센트에 불과했던 주식이 3달러60센트까지 올랐죠. 실질도, 호재도 없는 이른바 '동전주'가 이름 하나로 몸값을 여섯배 불린 셈입니다.

이런 사례가 자꾸 나오면서 미국 각 기업은 투자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티커를 정합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대표적입니다. 기업명은 알파벳이지만 발음상 구글이 되는 GOOGL을 티커로 쓰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 등 각국 증시에서 장 변동성이 매우 커진 모양새입니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럴때일수록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소문에 따라 기업 이름만 알고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는 특히 유의해야겠습니다. 줌텍처럼 엉뚱한 주식에 투자금을 날릴 수 있으니까요. (끝) /alway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