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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코로나19 크루즈선, 영국과 책임 나눠야" 논리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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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당국, 코로나19 대거 발병 크루즈선 관할권 논란
日 "크루즈선 국적 영국인데...관할권 정리하자"
선박 국적 등록국은 별 의미 없는게 해상 관행

(선한결 국제부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대거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두고 갑자기 선적(선박의 국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크루즈선에 대한 책임이 일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선적국인 영국을 끌어들이고 나서서입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크루즈선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타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날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크루즈선을 두고) 어느 국가가 어떤 관할권을 갖는지 명확치 않다”며 “일본 등이 지금부터 (책임 소재를) 정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발언했습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선적국과 선박 운용국, 영해국 등이 서로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지 논해야 한다”며 “지금은 (다른 국가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해도 별 도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이 잇달아 나온 것은 최근 일본이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들어온 뒤 해상 격리됐습니다. 이 크루즈선에선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선내 감염을 통한 확진자 수만 634명입니다. 일본 내 확진자(728명) 중 87%에 달합니다. 20일엔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일본인 2명이 숨졌다고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 등의 대처가 미진해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졌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USA투데이에 “외교적으로라도 좋게 말하고 싶지만 크루즈선 격리 과정에서 뭔가가 잘못됐다”며 “배 안에서 계속 전염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일본 전문가는 크루즈 내 격리 조치가 엉망이었으며, 일본 정부에 이를 알렸지만 오히려 쫓겨났다고 폭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용선사(배를 실제 운용하는 기업)가 일본 법인인 반면, 배의 국적 자체는 영국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적이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크루즈선을 비롯한 대부분 민간 상선이 ‘편의치적(FOC)’ 하에서 항해하기 때문입니다.

FOC는 민간 상선이 선박 소유사나 용선사의 국적과 상관 없이 원하는 나라에 국적을 등록하는 관행입니다. 미국 선사의 배를 영국 여행기업이 임대해 운용할 때, 배 국적은 독일에 둘 수 있는 식입니다.

대부분 용선사는 조세 회피 등을 목적으로 선적국을 정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가 등록된 나라가 파나마인 이유입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총 톤수 기준 선적 등록이 가장 많은 나라는 파나마, 마셜군도, 라이베리아입니다. 물론 이 배를 실제 운용하는 기업은 대부분 다른 나라고요.

이때문에 선박 국적은 통상 별 의미가 없다는게 중론입니다. 유엔에 따르면 일부 민간 상선 중엔 실소유주를 추적하지 어렵게 하기 위해 선적 등록 과정에서 여러 기업을 끼워 복잡한 ‘거미줄’을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도 여럿 있습니다. 작년 중동 해역 내 유조선 피격 사건이 그중 하나인데요. 작년 6월 오만만에서 피격된 선박 중 하나는 일본 해운회사 코쿠카 산업이 운용하던 ‘코쿠카 커레이저스호’였습니다.

당시 배는 선적을 파나마에 두고 있었지만 파나마 당국이 공식 입장을 내놓는 등의 조치는 없었습니다. 피해 상황 발표 등은 모두 일본 코쿠카 산업이 했죠. 당시 일본 경제산업성도 짤막한 자체 발표를 열었습니다. (끝) / alway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