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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주주 친화적 재무정책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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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여파가 사그라지나 했더니 이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성적표를 내놓고 있고요. 통상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면 배당금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실적이 부진해도 배당금은 늘어나는 경우도 있죠.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배당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입니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이 주주 친화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 주주 활동을 근거로 다양한 투자 기업에 배당 확대를 주문하고 있죠.

또 다른 하나는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입니다. 실적 악화에도 '배당 잔치'를 벌이는 건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러 요인들이 맞물려 국내 기업의 배당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부진하고 실적도 좋지 않은데 배당만 확대하다간 기업의 성장 동력과 투자 여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신용도 측면에서도 배당은 복잡한 역학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SK E&S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SK E&S의 신용도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SK E&S의 대규모 배당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주주 친화적 재무정책으로 SK E&S의 신용도 회복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K E&S는 다음달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엽니다.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7300억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고요. SK E&S는 2년에 걸쳐 총 1조401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게 된 겁니다.

한국기업평가는 SK E&S의 배당 규모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4000억원 수준의 결산 배당을 예상했다고 하네요. 추가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대규모 배당 규모가 SK E&S의 신용도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은 SK E&S의 현금흐름 전망에 상당히 부정적인 요인이다. 높은 배당 성향은 모회사인 SK의 적극적인 투자 정책에 따른 것이다. SK는 2015년 이후 대규모 자사주 취득과 신규 자회사 인수 등으로 자금 소요가 크게 증가했다. 최근 SK는 주력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크게 늘린 상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SK E&S의 배당 확대가 신용등급을 유지할 여력을 감소시킨다고 판단하고 있답니다. 주주 친화적 재무정책과 신용도. 양 측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중심과 균형을 잡는 건 역시 쉽지 않은 일인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