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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새로운 투자 트렌드 된 ESG 채권, 국내 시장 성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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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정부의 시장 개입을 달가워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통상 시장 자율에 맡겨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거나 자율에 맡겼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시장이 그렇습니다. ESG는 사회적 책임을 금융시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입니다. 사회적 책임은 재무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非)재무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해 장기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합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됐죠. 지금은 ESG 관련 투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ESG 도입을 발빠르게 한 국가에서는 다양한 정책 실행을 통해 ESG 채권시장을 키우고 있습니다.

유럽,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에서 2014년 18조3000억달러였던 ESG 관련 투자 규모는 2016년에는 22조9000억달러, 2018년에는 30조7000억달러(약 3경6297조원)까지 대폭 성장했습니다. 그 중 ESG 채권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ESG 채권 발행 잔액은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국내에서도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투자가 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발행 규모도 미미하고 발행 주체나 종류도 편중돼 있죠.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ESG 채권 시장을 민간에만 맡겨 두면 안되고 정부 차원의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ESG 투자가 확대되고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정부가 제도적인 측면에서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 유관부서와 공적 투자기관을 중심으로 ESG 투자 관련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의 공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거죠.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ESG 시장은 태생적으로 공공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자유 시장 논리에 근거한 자발적인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신용평가는 ESG 채권에 대한 외부평가 제도 도입을 주장합니다. 채권의 상환 능력과 재무안정성을 따지는 지금의 신용평가와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ESG 채권으로 조달되는 자금의 운영, 관리, 집행, 공시 등이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이뤄지는 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한국신용평가가 ESG 채권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ESG 채권에 대한 외부 평가 근거가 마련되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법적·제도적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국내 ESG 채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면 좋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6(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