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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을 바라보는 자산운용사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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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올해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적극적 주주권 행사 의지를 내세운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기관투자가 역시 빠르게 늘었고요.

벌써부터 주주서한을 보내는 식으로 기업들에 각종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기관투자가도 속속 눈에 띕니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일부 자산운용사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관여 의지를 나타내고 있고요.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듯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2016년 국내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된 이후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는 발 빠르게 '스튜어드십팀' 등 관련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인원 수가 많진 않지만 팀장급으로 책임자를 두고 전담 부서를 운영하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별도의 부서를 꾸리지 않고 기존 주식운용본부와 리서치부, 준법경영팀 소속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할 일만 더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공자 한 명으로 팀을 꾸렸거나 외국인 담당자가 관련 업무를 홀로 맡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물며 일각에선 "성과 평가에 도움도 안 되고 갈수록 피곤한 일만 많아진다"며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때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여부에 따라 가점을 부여한다고 밝힌 상황이라 사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곳도 있답니다. 일단 도입을 했으니 요식 행위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탁자 책임 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공시하기 위해서, 사실 큰 기대나 목적 없이 형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귀띔하더라고요. 언론 등 시장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라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영향도 있겠죠.

무분별한 경영 간섭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부담감이 긍정적인 자극제가 돼 앞으로 기업과 기관투자가 간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는 건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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