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윌리엄 터너와 모네의 풍경화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한경 머니) 비루한 삶에 휴식을 주는 것은 자연밖에 없다. 꽃이 피면 피는 대로, 태양이 작열하면 하는 대로, 붉은 바다를 이루고 있는 가을 산도 아름답고, 속세와 떨어져 있는 듯한 겨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산수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 풍경화의 역사는 짧다. 중세의 서양화에서 자연은 역사화나 초상화 등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일부 계층에만 국한된 여행이 19세기 산업이 발달하면서 시민계층에게까지 확산된다. 그들이 그림의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여행 중에 보았던 풍경에 대한 욕구가 커져 갔다. 풍경화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 화가들은 이상적인 풍경화에서 사실성이 가미된 풍경화를 그리게 된 것이다.

사실적 풍경화로서의 급진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화가는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1775~1851)다. 터너는 1803년 첫 번째 유럽 여행 중 알프스의 풍경에 매료돼 대기 효과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회화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터너는 풍경을 연구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여행을 다녔으며 여행지에서 본 단 한 번뿐인 풍경, 즉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보이고 사라지는 풍경을 주로 묘사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린 터너의 대표 작품이 <뭍으로 다가오는 요트>다. 터너는 바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의 많은 작품 중 바다에 관련된 작품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투명하고 순수한 빛의 효과를 하나의 정점까지 끌어 올린 이 작품에서 형체를 보이는 것은 요트의 돛과 어렴풋이 보이는 건물의 실루엣뿐이지만 화면 중앙을 밝게 비추는 태양과 소용돌이치는 구름은 정지된 화면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터너의 이 작품은 그의 말년 회화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자신도 너무나 파격적이고 참신하다고 느꼈는지 큰 작품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로열 아카데미에 출품을 보류했을 정도다.

19세기 들어와서 풍경화는 과학적인 연구에 의해 자연 현상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을 그리기 시작한다. 오늘날까지 많은 화가들이 풍경화의 전형으로 여기는 사실적 풍경화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자연 현상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그려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작품이 클로드 모네(Claude Monet·1840~1926)의 <인상, 해돋이>다.

모네는 르아브르 항구의 아침 인상을 유연한 붓놀림과 투명한 색을 사용해 아침 햇살에 빛나는 항구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회색빛 색조 위로 반사되는 햇빛은 간결하고 대담한 오렌지 빛 붓놀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서 배와 돛대와 연통은 짙은 안개 때문에 흐릿하지만 부드러운 붓놀림으로 인해 그림이 정지돼 있지 않고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네는 이 작품을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그의 작품을 본 비평가 루이 르루아가 ‘르 샤리바리’지에 기고한 기사의 제목을 그림의 제목인 <인상, 해돋이>에서 따온 ‘인상주의 전시’라고 붙이고 비난을 퍼부었다. 처음 인상주의를 조롱하기 위해 이 기사에 쓰인 말이 그들을 대표하는 말이 된 것이다. (끝) / 출처 한경 머니 제82호. 필자 화가 박희숙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