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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기 좋은 '호'를 짓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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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부르기 좋고 아름다운 호를 짓는 방법에는 의미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호는 그 사람의 고향이나 지명에서 따올 수 있다. 예로서 율곡(栗谷) 이이는 호로 미루어 ‘밤골(경기도 파주 율곡촌)’ 사람임을 알 수 있어서 호를 지을 때 먼저 그 사람이 태어난 고향 이름을 살핀다.

둘째, 좋아하는 자연 즉, 산과 들, 언덕과 바위, 돌 등의 무생물과 달과 구름, 가옥과 초목 등을 소재로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산(山), 봉(峰), 곡(谷), 강(岡), 악(嶽) 등의 산과 현(峴), 애(厓), 파(坡), 제(堤), 암(巖), 석(石) 등이 있다. 그 예로는 고산(孤山) 윤선도, 다산(茶山) 정약용, 석파(石坡) 이하응 등이 있다.

셋째, 호는 어떤 사람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나 특성, 예를 들면 우보(牛步) 민태원의 경우는 실제로 걸음걸이가 소처럼 느릿느릿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호는 그 사람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편으로 짓기도 한다. 호를 자신의 장점이나 특징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쓰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거꾸로 자신의 특징과 반대되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약점을 보완하는 방편으로 짓기도 한다.

넷째, 본명은 하나이지만 호는 여러 개를 쓸 수 있다. 추사(秋史) 김정희의 경우 완당(阮堂), 예당(禮堂), 시암(詩庵), 과파(果坡), 노과(老果) 등 많은 호를 가지고 있어서 그 사람의 여러 면모를 나타냈다.

다섯째, 호는 그 사람의 이상, 마음 자세, 의지 등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쓰기도 한다. 앞에서 예로 든 백범(白凡) 김구의 경우나 벼슬에서 물러난 이황은 ‘토계 위쪽에 물러나 거처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아호를 퇴계(退溪)로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이름과 유사하되 한자만 다르게 지어 성과 함께 부르되 뜻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석정(夕汀) 신석정, 상화(尙火) 이상화 등이 그렇다.

여섯째, 최근에는 순수 한글로 호를 짓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한글학자 주시경은 한흰샘이라 했고, 소설가 전영택은 늘봄, 국어학자 김윤경은 한결, 이 외에도 가람 이병기 등이 그렇다. (끝) / 출처 한경 머니 제89호. 필자 전진문.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30o3C3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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