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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수단인 '싸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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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고전은 인류가 쌓아온 지적 유산이다. 지적 유산은 현재의 토대이고 미래의 디딤돌이 된다. 현재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서 고전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

고전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다소라도 덜기 위해 독법이 분명한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다. 저자의 관점에서 고전을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 공부에 대한 새로운 경로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라 부동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논어>(論語), <중용>(中庸), <노자>(老子), <손자병법>(孫子兵法), <귀곡자>(鬼谷子)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독법을 제시코자 한다. (편집자주 재정리)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강상구 지음·흐름출판)

<손자병법>은 <논어>, <노자>, <주역>과 함께 중국 4대 고전으로 꼽히며,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 그룹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머리맡에 두고 읽는 전략서로써, 그리고 인격 수양을 위한 수신서로써 활용되고 있다. 이 책의 순서는 <손자병법> 원문과 동일하게 구성돼 있어 고전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예화의 대부분을 <삼국사기>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전쟁사가 펼쳐져 있어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된다.

<손자병법>을 영어로 번역하면 ‘전쟁의 기술(art of war)’이지만 정작 손자는 싸움을 최후의 수단으로 상정했다. 승부는 싸우기 전에 결정 나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하고, 혹시 싸우게 되더라도 먼저 ‘적의 의지를 꺾고’,‘고립시켜 보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에만 ‘직접 부딪치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길 수 없다면 지켜야 하고’,‘이길 수 있을 때만 공격을 감행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짜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쉽게 이길 만한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승리는 이미 패배한 자를 상대로 거두는 것’이라고도 한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말인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의 원문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 백번을 이긴다’가 아니라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다. 손자가 백승(百勝)이 아닌 불태(不殆)를 강조한 중요한 이유는 ‘싸워서 이기기’보다 ‘지지 않기’를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센 사람들투성이다.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그들과 싸워 이기기보다는 지지 않고 살아남기가 더 급한 과제일 수 있다. (끝) / 출처 한경 머니 제79호. 필자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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