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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우량 회사채를 사고 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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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블록체인(분산원장)을 활용한 채권 발행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채권 발행이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보비대칭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한 세미나에서 세계은행이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 역시 올해 주목할 만한 글로벌 자본시장 이슈 중 하나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채권 발행 플랫폼을 들기도 했답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복잡한 채권 발행과 데이터 비교 검증 과정을 대폭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동화 알고리즘을 통해서죠.

보편화 하진 않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채권 발행은 조금씩 확산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 2017년 호주 커먼웰스은행과 약 1억1000만호주달러 규모의 블록체인 기반 채권인 본드아이(BOND-I)를 개발했습니다. 2018년엔 본드아이가 실제 발행됐고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상에서 채권 발행은 모든 참여자들이 동시에 업데이트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갖고 있는 투자 자료가 맞는지 일일이 비교나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죠. 규제당국도 효율적으로 감사나 규제를 할 수 있고요.

세계 최초로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본드아이는 당시엔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관련 기술 개발은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공 부문 채권을 우선으로 자동화 계약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활성화 여부에 글로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고요. 활성화된다면 기존 계약이 체결되고 이행되기까지 필요했던 수많은 문서 작업이 간소화되고 자동화됩니다.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죠.

글로벌 민간 금융회사 중에서도 블록체인에 기반한 채권 발행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중국은행이 이 분야에선 다소 앞서 있습니다. 중국은행은 이미 소형,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200억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블록체인 회계 시스템을 활용한 적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채권 발행 준비, 회계 제출, 가격 책정 등의 3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채권 발행인, 회계 책임자, 수탁사, 직접 투자자와 같은 주체에 접근 권한을 주고 있죠. 채권 생성, 정보 유지 보수, 공시 발표, 수탁사 구성, 네트워크 파일 관리, 채권 구매 신청, 주문 요약, 가격 책정 등의 기능이 가능합니다.

채권 발행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정보 비대칭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류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채권 발행 비용을 낮추고 채권 발행 효율성을 향상시킨다는 점도 물론 장점이고요. 참여기관들이 스마트 계약을 공동으로 설계하면 참여기관 간 갈등을 줄이고 통신 비용까지 줄어들죠. 블록체인 상 정보는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보고서나 통계를 생성하기 때문에 거래 후 관리 역시 쉽게 합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들은 이미 블록체인에 기반한 금융업 혁신에 대한 연구를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입니다. 금융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딜로이트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존 인프라나 프로세스를 대체하는 효율성과 이종산업 간 협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탈중앙화와 가상화폐를 근간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개인과 기업 또는 컨소시엄이 인프라를 제공 및 운영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협의된 참여자들이 사업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 고성능, 확장성, 그리고 보안성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딜로이트 관계자는 "채권 발행과 거래는 여러 기관의 승인과 자문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다. 이를 자동화해 투명하게 처리한다면 업무의 효율화는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프로세스와 요건이 다른 상황마다 새로운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채권 시장에 과연 블록체인이 도입되고 활용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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