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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유명 셰프 모시고 로봇 직원 늘리는 해외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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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하루가 달리 산업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생존 전략 수립에 혈안이 돼 있죠. 아마 가장 다급한 기업 중 하나는 은행일 겁니다.

폭 넓은 고객군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은행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권에 진출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들은 발 빠르게 은행들의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죠.

초저금리 기조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까지 더해져 수익성 전망을 밝지 않습니다. 은행들마다 몸집을 줄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고 몸부림 치고 있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연말 연초 지점을 잇따라 줄이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비단 국내 은행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과연 해외 은행은 어떻게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새해를 맞아 해외 은행의 지점 혁신 사례를 점검해봤는데요. 국내 은행이 벤치마킹할 만한 아이디어도 있는 듯 합니다.

글로벌 은행 역시 지점의 절대적인 숫자는 줄이고 있습니다. 다만 지점이 고객과 접점이자 은행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결정하는 주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지점을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이 장기간 지속되고, 높은 신뢰를 형성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스페인 대형 은행 카이사(Caixa)는 플래그십 지점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해 7월과 10월에 각각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는데요.

자연 경관을 전시하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향기와 음악을 결합해 사무공간과 차별화된 실내 디자인을 선보였답니다. 은행 고객이 아니더라도 매월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고, 카페와 강당, 개별 미팅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화된 금융 서비스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고 문화 생활도 즐길 수 있고요. 유명 셰프가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눈에 띄네요. 지점마다 80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개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고객 유형에 맞는 별도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답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얼굴 인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이사가 운영하는 스토어 지점도 참신합니다. 차별화된 지점에 스토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스페인 내 400여개 지점에 적용한 상태입니다. 고객과 직원 간 장벽을 제거한 개방된 공간을 마련하고 프라이빗 뱅킹 전문 업무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카이사는 모바일전용은행을 따로 두고 있는데요, 아디다스 등 브랜드와 제휴를 통해 젊은 고객을 위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술이나 음악 등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일 만한 아이템을 내세워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죠.

HSBC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를 맨해튼 플래그십 스토어에 도입한 뒤 다른 지점으로 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HSBC는 페퍼를 통해 고객 응대와 직원의 개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답니다.

HSBC는 "페퍼가 계좌 개설 등 처리방법을 고객에게 안내하거나 문의사항을 직원에게 연결시켜 대기 시간을 줄여주고 있다"며 "은행 직원은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단순 업무를 페퍼에 넘겨 은행 직원들이 고객에게 더 심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HSBC는 페퍼 도입으로 지점 방문자 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며, 고객의 은행 경험을 '미래의 지점'으로 변환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하네요.

미국 웰스파고(Wells Fargo)는 최근 라운지형 공간에 ATM과 화상회의 설비 등을 갖춘 익스프레스 센터스를 개소해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잠시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좀 더 편하고 친밀하게 느끼도록 만들려는 목적이라고 하네요.

윤희남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은행 지점 수가 감소하더라도 새로운 은행 경험을 제공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 하려는 은행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한 은행 지점의 변화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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