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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당론을 따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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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정치부 기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대해 기권표를 던진 것을 두고 논란이 거셉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금 의원의 기권이 당론을 따르지 않은 '해당 행위'라며 징계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당론을 무조건 따라야 할까요?

한국 국회의 '당론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의원 개개인이 당론을 따르지 않는 것은 정당 중심 정치에 어긋난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당론 정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배치되는 면도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비쟁점법안의 경우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법안의 찬성률을 보면 90%가 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찬성 90%라는 수치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물론 한국 국회가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큰 요인입니다. 상임위에서 이견이 조율된 후 본회의에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안 내용도 모르고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공천권을 정당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개인은 자유 투표가 어렵습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금 의원의 기권은 진정한 의미의 소신 투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낙천과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기권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금 의원은 "검찰 외 별도 조직에 기소권은 부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해 왔습니다.

위험한 것은 소신 투표를 하는 의원들에게 문자나 SNS로 비난을 쏟아내는 지지자들의 '테러적 행위'입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도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뜻과 달리 반대 입장을 내놨는데요. 김 의원은 지난 29일 "제가 민주당의 공수처 법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화·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 참으로 참담하다"고 했습니다. 금 의원의 페이스북에도 "탈당하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습니다.

자신과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지목해 공개적인 망신을 주는 이런 행위가 과연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까요? 의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걸 꺼리게 될 것이고, 국회 내에서 민주적 토론은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를 내세운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같은 행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권자 스스로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할 수 없는 '닫힌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끝)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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