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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린 복귀한 배우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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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저는 이 영화를 사회고발극으로 받아들였어요.”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 ‘나를 찾아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영애가 맡은 역할은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엄마 정연. 영화는 정연을 따라가며 아동 실종·아동 학대·이웃에 대한 무관심 등 여러 사회 문제를 보여준다. 이영애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사회에 경종을 울릴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가 엄마가 되고 나서 출연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엄마라서 이 이야기가 더 크게 와 닿았고, 아이를 찾는 정연을 연기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 엄마가 되고 난 후 첫 영화이다. 아동 실종과 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엄마가 됐기 때문에 더 이런 이야기에 끌린 건지, 반대로 선택하는 데 더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영애: 둘 다인 것 같다. 엄마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고 이 같은 사회의 부조리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드러내놓는다는 건 힘들었다. 또 내가 (그런 상황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 점은 주저했던 이유다.

- 아동 학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수위 조절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이영애: 원래는 수위가 더 높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장면을 다듬고 가감했다. 이런 장면들에 예민하고 힘들어하실 분들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 영화의 많은 장면이 엄마인 나로서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게 또 현실이다. 현실을 알리는 이 영화에서 필요한 장면이고 그런 점을 감안해서 봐주신다면 묵직한 울림을 가져가실 수 있을 것 같다.

- 몸 사리지 않은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 힘들진 않았나?

이영애: 촬영 후 집에 와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여기저기 멍이 생겨 있었다. 대역 분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나도 액션스쿨도 다니면서 기본 흐름은 익혔다. 관객들이 봤을 때 대역 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액션을 흡수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오랜만에 촬영한다는 건 재밌었다. 배우로서 변화무쌍한 감정을 연기한다는 건 즐거웠다.

- 육아 등 가정에 집중하려고 연기를 꽤 오래 쉬지 않았나. 다시 연기를 하면서 두 가지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영애: 애기 아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빠 찬스를 써서 애들을 재우게 하고 놀아주게 하면서 몫을 나눴다. 부부가 좋다는 게 뭔가.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다음 작품 때도 도움을 얻지 않겠나.(웃음) 이번 영화는 애기 아빠와 시나리오를 같이 보기도 했다. 애기 아빠가 배우, 스태프들을 위해 한우도 사주고 회식도 시켜주고 선물도 주셔서 모두들 좋아해주셨다.

- 사전제작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2017)도 하고 예능에도 가끔 얼굴을 내비쳤지만 영화는 14년 만이다. 스크린에 나오지 않았던 14년은 어땠나?

이영애: 돌아보면 20~30대 때는 작품의 성패를 떠나 원없이 했다. 다양한 역할도 해보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나만 아는 작은 역할도 열심히 했다. 30대 후반이 되니 여기서 더 하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정을 꾸려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정이 단단히 뿌리내리도록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14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가정에서) 내 역할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 분명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세월의 속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난 것 같다. 지금도 늦으면 늦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시 또 (연기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한다.

- 사실 우리 사회에서 ‘경단녀’가 다시 일을 하게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일에 대한 애착도 더 커졌을 것 같다.

이영애: 30대 초반 일에만 집중할 때 그런 생각을 한 적 있다. 내가 한동안 일을 못하더라도 돌아왔을 때 자리가 남아있을 수 있도록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자고. 벌써 오래전 일인데 이렇게 다시 왔을 때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니 그 뿌리가 잘 내려졌나 싶기도 하고 예전에 했던 생각이 실현됐나 싶기도 하다. 배우로서 내 일을 찾은 데 감사하고 전보다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 '산소 같은 여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처럼 당돌한 캐릭터도 하고 ‘친절한 금자씨’에서처럼 섬뜩한 캐릭터도 했다. 영화에서는 더 다채로운 시도를 한 것 같다. 대본을 볼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나?

이영애: 해보지 못한 캐릭터, 새로운 시도, 그리고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이다. 혹은 전체적인 흐름, 주제 의식, 그리고 대본의 구성, 탄탄함 등이다. (이번 영화는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갖고 있으니 주제 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0순위가 그러하다. 하지만 영화는 재미와 오락성도 있어야 한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 폭넓게 생각하고 있다.

-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것도 화제가 됐는데 이 역시 새로운 도전의 일종인가?

이영애: 재미삼아 했다.(웃음) 예전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하면 너무 뜬금없지 않나. 영화 홍보도 할 겸 해서 겸사겸사 시작했는데 그것도 좀 늦어졌다. 마음이 급하니 갑자기 사진을 몇 장씩이나 올리고 초보 티를 냈다. 초보인데 어떡하겠나. 배워가면서 살살 해보려고 한다.

- 톱스타로서 오랜 시간 연예계 생활을 해왔다. 최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 한 마디 건넨다면?

이영애: 20~30대를 지나고 돌아보니 그 시기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이제 좀 알겠다. 그 과정을 잘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 사라져가는 후배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거울을 통해 내 눈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주변에 휩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돌아가기엔 힘들고 먼 자리에 와 있는 경우도 있다. 중간 중간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이영애: 배우로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고 가정도 잘 챙기면서 쭉 나가고 싶다. 또 사회적으로도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끝) bella@tenasia.co.kr 출처 텐아시아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86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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