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 일로를 걷던 EBS에 ‘펭수’를 등장시킨 주인공은 ‘자이언트 펭TV’를 이끌고 있는 이슬예나 PD다. 7년 차 PD인 이 PD는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펭수’를 기획했고 성인 시청자들을 단숨에 주목시킨 ‘EBS 아이돌 육상 대회(이하 이육대)’를 만들어 내며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육대’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펭수는 이육대 이전에도 이미 충성도를 보유한 코어 팬덤이 구축돼 있었다. 이육대 전에 실시한 1차 팬 사인회에서 번호표를 받지 못해 우는 초등학생부터 아침에 침 맞고 오신 직장인까지 다양한 팬들이 있었다. 하지만 콘텐츠는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었다. 어떤 시도를 할까 고민하던 중 펭수가 연습생 신분인 만큼 아이돌 육상대회를 본떠 이육대를 기획했다. 이미 EBS에 많은 선배 캐릭터들이 있어 어린이들과 2030 혹은 그 이상 세대까지 향수를 가지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펭수는 처음부터 유튜브를 겨냥한 콘텐츠였나.
“TV와 뉴 미디어를 동시에 공략하고 확산성을 가지고 움직이길 바라며 기획한 콘텐츠였다. 기획 당시부터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연습생’이라는 신분과 B급 병맛 코드로 기획했다. 세트도 필요 없고 적은 제작비를 활용해 뉴 미디어 시장에 딱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B급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성인들이 EBS 콘텐츠를 챙겨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EBS에 2030 팬덤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EBS뿐만 아니라 방송사가 마치 한 캐릭터나 출연자의 소속사처럼 여겨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BS를 보는 어린이 시청자들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펭수가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준 것 같다.”
-펭수가 성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펭수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펭수는 무조건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자기 욕구에도 충실한 돌발적인 캐릭터다. 언론이나 사회에서는 마치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에서 할 말 다하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자기 소신을 솔직하게 밝히거나 윗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이런 점이 사회생활에 지친 어른들에게 대리 만족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또 펭수가 건네는 따뜻한 말들이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어릴 때 보던 EBS를 다시 보면서 잠시나마 잊었던 동심을 되찾는 어른들도 있는 것 같다.”
-펭수의 세계관은 어떻게 구축했나.
“구축했다기보다 펭수가 처음부터 그런 아이(펭귄)여서 생긴 세계관이다.”
-최근 펭수와 뿡뿡이의 사내 열애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실인가.
“좋은 선후배 사이일 뿐이다.”
-뽀로로나 핑크퐁처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나.
“최종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영역을 확장하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갑자기 인기를 얻게 돼 무리해 다리를 찢을 생각은 없다. 인기를 확산시키기보다 펭수의 인기를 탄탄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갑자기 올라온 인기를 너무 막 확산시킨다는 느낌보다 탄탄하고 건강하게 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국내에서 팬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콘텐츠를 착실하게 만들어 내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은 자막을 다는 작업부터 시작한 후 차차 고려해 보겠다.” (끝) / kye0218@hankyung.com 출처 한경비즈니스 제1254호. 전체 기사 바로 가기 https://buff.ly/2P4PC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