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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강경투쟁에 ‘총선 우려’ 깊어지는 ‘주화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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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훈 정치부 기자) “이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시도는 단식의 나비효과다.”

자유한국당의 당 핵심 관계자인 A씨의 평가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강경투쟁 보다는 협상을 주장해온 일명 ‘주화파’ 의원들의 걱정도 늘고있다. 이들은 ‘필리버스터’라는 전략이 내년 총선에서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 하고 있다.

당초 정치권은 여야의 본격적 ‘충돌’ 시점을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부의되는 12월 3일 이후로 봤다. 하지만 한국당의 ‘선공’으로 국회는 곧바로 전시상황으로 넘어갔다. A씨는 “황 대표가 8일간의 단식 끝에 쓰려져 병원으로까지 이송되자 당내에서는 협상을 주문해온 ‘주화파’를 누르고 강경투쟁을 외쳐온 ‘척화파’가 득세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결과 강경투쟁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결국 199개의 비쟁점법안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어 아예 국회를 멈추겠다는 다소 급진적인 전략까지 선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주화파’들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를 막기위해 “관련 없는 다른 비쟁점 법안들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이 거세질까 우려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공수처와 선거법 개정안을 막는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민식이법‘등 민생 법안을 이용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내년 총선에서 더 큰 후폭풍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협상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는 의원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최악의 국회”라며 “협상과 타협이 실종된 정치는 국회의 존재를 위태롭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은 손자병법에도 없는 지략”이라며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협상에 모든걸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선거법을 필리버스터로 막고 추진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최후까지 선거법을 놓고 원내지도부가 협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가 이슈의 블랙홀이 돼 다른 이슈들을 모두 빨아드리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입장에서 내년 총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보수 통합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가치 정립해 보수, 중도,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같이 하는 새로운 통합을 이뤄내자는 제안을 한다”며 “이제 통합을 구체적인 시점에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단돼 왔던 ‘보수 통합’논의를 다시 한번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은 ‘필리버스터’를 기점으로 한국당의 모든 역량이 대여투쟁에 쏠리는 경우 통합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끝) /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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