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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주목받는 공장과 제조 벤처기업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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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원래 공장에서 저희같은 청년 창업가들을 안 좋아했어요. 경험도 적은데다 무엇보다 발주물량이 적어서 생산성이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요. 경기가 너무 안 좋다보니 저희에게 오히려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인터뷰 도중, 한 청년 제조업 창업가에게서 우연히 흘러나온 이 말이 불현듯 뇌리에 꽂혔다. 그간 청년 창업가들을 인터뷰하면서 공장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특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관련 지식이 적기에 공장의 전문가들과 개발이나 생산비용 등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뒤바뀌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공장들이 떨어진 가동률을 회복하기 위해 청년창업가에 손을 내밀고 있다.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국내 제조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제조업 전 분야에 매출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BSI란 국내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매 분기 현 분기 평가 및 다음 분기 전망치를 100점 만점으로 나타낸 점수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제조업의 시황(78)과 매출(78) BSI가 전분기(시황 88, 매출 95)보다 크게 하락했다. 4분기 전망치는 시황(87) BSI가 전분기(90)보다 더 떨어지고, 매출(88) BSI도 전분기(96)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도 시원치 않다. 지난 1년간, 전국을 기준으로는 소폭 늘었으나 서울과 부산 그리고 제조업이 주력 산업인 대구광역시의 총 공장등록 수가 2018년 하반기 8025개에서 2019년 상반기 7980개로 0.6%p 줄었다. 대구는 특히 올 9월, 제조업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이 69.5%로 70%를 밑돌며 전월 대비 0.9%p 하락했다.

반면, 벤처기업은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벤처 역시 제조업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올 11월 기준,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벤처통계시스템 ‘벤처인’에 따르면 전체 벤처 중 제조업의 비율이 66.69%로 가장 높았다. 4차산업혁명에 따라 정보처리 및 S/W분야도 17.76%를 차지하며 두 번째로 높았지만 제조업에 비하면 턱없이 낮았다.

단순 수적인 증가 외에, 이들 제조 벤처기업의 시제품 제작에 쏟아지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도 공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2011년 처음 운영을 시작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매년 만 39세 이하의 청년창업가들에게 최대 1억 원의 기술개발비와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올해 처음으로 만 39세 미만 도민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팩토리’ 사업을 실시했다. 예비창업자나 7년 미만 신생 스타트업 중 10곳에 1억25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역시 ‘T-STars’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 시작하고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에 나섰다. 시는 연간 20개 팀에 각 500만원의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포털 ‘K-스타트업’ 홈페이지에 시제품제작업체를 소개하고 있다. 업체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홈페이지에 등록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486개 업체가 등록돼 있고, 일부는 시제품 제작업체 등록 자체를 홍보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27일, 서울 문래동에서 만난 한 용접업체 공장주는 “청년창업가들이 많아지면서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공장들도 늘고 있다”며 “젊은 친구들은 공장을 주로 인터넷에서 찾기 때문에 여기에 맞춘 나름의 자구책”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 다른 공장 관계자는 “확실히 최근 몇 년 새 대량발주 건이 줄면서 여건이 안 좋아졌는데 그 틈을 청년창업가들이 메워주고 있다”며 “당장은 공장 매출이 크게 차이나진 않지만 앞으로 청년창업 시장이 성장해서 공장과 상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 /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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