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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북한보다 격낮은 한국…대사 인사로 보는 중국의 국가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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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락근 정치부 기자)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곧 이임합니다. 후임으로는 싱하이밍(邢海明) 주몽골중국대사(사진)가 내정됐습니다. 싱 내정자는 한국말을 하고 한국 사정에 능통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주한중국대사 자리에 오랜만에 ‘한국통’이 온다는 소식에 외교가에선 기대가 큽니다.

싱 내정자는 남북한 모두에 정통해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통으로 불립니다. 북한 유학 경험이 있고, 외교관이 된 뒤엔 평양과 서울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1986년 외교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1988~1991년, 2006~2008년 두 차례 주북한중국대사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한 중국대사관에서는 1992~1995년과 2003~2006년, 2008~2011년 세 차례에 걸쳐 10년간 근무하며 공사참사관까지 지냈습니다. 이후 2011년 본부에 복귀해 아주국 부국장을 지낸 뒤 2015년 8월 주몽골대사로 부임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10년여 만에 한국통 대사를 임명한 것을 두고 적극적인 대한(對韓) 외교를 전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란 평가가 나옵니다. 추 대사와 전전임이었던 청융화(程永華) 전 대사는 일본통이었습니다. 주아일랜드대사를 지내다 한국에 왔던 장신썬(張鑫森) 전 대사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습니다.

다만 중국의 주변국 대사들의 면면과 비교하면 중국의 외교정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초라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먼저 평양과 비교됩니다. 리진쥔(李進軍) 주북한중국대사는 공산당 소속 외교관입니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차관급)을 지내다 2015년부터 북한대사에 임명됐습니다. 공산당이 독재를 하는 공산국가에서는 조직 내 위치도 중요하지만 당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외교부의 장인 것보다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인 게 더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같은 공산권 국가인 베트남에는 슝보(熊波) 주베트남중국대사는 싱 내정자보다 선배입니다. 먼저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을 지냈고, 산동성 르자오시 부시장까지 지냈습니다. 특별한 공산당 당직이 없었던 싱 내정자와 다릅니다.

비공산권 국가들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류젠(吕健) 주태국중국대사, 샤오첸(肖千) 주인도네시아중국대사는 국장급 출신입니다. 샤오첸 대사는 아주국 국장과 중국 외교부 한반도특별부대표도 지내기도 했습니다. 자오지엔화(趙鑑華) 주필리핀중국대사, 바이티엔(白天) 주말레이시아중국대사도 아주국 부국장을 거쳤습니다. 주한중국대사는 여태껏 외교부 부국장급이 임명됐습니다. 국장급이었던 장신썬(張鑫森) 대사 정도가 예외였죠. 싱하이밍 내정자 역시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 출신입니다.

올해 주일본중국대사가 된 쿵쉬안유(孔鉉佑)는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 출신입니다. 싱 내정자와 무게감이 다르죠. 쿵 부부장은 2017년 8월부터 중국 외교부 한반도특별대표도 겸해,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대표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한국엔 11년만에 한국통 대사를 보냈지만 일본엔 항상 일본통을 보내왔습니다. 현재 주미중국대사인 추이톈카이(崔天凱)를 제외하고 최근 20년 안에 주일대사를 지낸 사람은 모두 ‘지일파’였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주한대사에 어떤 인물들을 보냈을까요?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는 미군의 핵심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입니다. 최근 임명된 도미타 고지 주일한국대사는 북미국장을 지낸 외무성 엘리트입니다. 지난해 한국에 부임한 안드레이 쿨리크 주한러시아대사는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의 후임으로 아주1국 국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모두 싱 내정자보다는 직급이 높았습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주중대사 자리에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를 앉혀왔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뜻이죠.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현재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초대 주중대사로 임명했었고, 지난 4월부터는 문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만드는 데 기여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중대사 바톤을 이어받았습니다. 중국과 한국이 서로를 인식하는 ‘급’이 다르긴 한가 봅니다. (끝) /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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