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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왕실 비난한 랩퍼에 징역 선고한 모로코…시민 불만 도화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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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 국제부 기자) 모로코에서 한 랩퍼가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찰과 정부를 비판하는 노래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모로코 일각에선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데요. 최근 이라크, 레바논 등 아랍권 국가에서 줄잇고 있는 생활고에 따른 반(反)정부 움직임이 모로코에서도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5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모로코법원이 이날 가나위라는 예명을 쓰는 랩퍼 무함마드 무니르(31)에게 징역형 1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국은 이번 결정은 무니르가 경찰을 모욕하는 비디오를 소셜미디어에 올렸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는데요. 무니르의 변호인은 이날 언론에 무니르가 구속된 이유는 모로코 사회의 부패와 실업 문제 등을 드러내는 노래를 공동작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알자지라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모로코 사법부가 문제를 삼은 곡이 무니르가 지난달 발표한 ‘민중 만세’라는 약 5분 길이 곡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무니르의 이번 곡은 모로코 사람들간 커지고 있는 경제격차, 지역간 격차, 실업과 부패 문제, 유럽 국가 등 다른 나라로 이주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상황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노래는 모로코 왕과 그의 자문단에 대한 비판도 담았는데요. 이는 모로코에선 범죄행위라고 합니다. 모로코는 2011년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일어난 혁명 운동인 ‘아랍의 봄’을 거치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도록 헌법을 개혁했지만, 아직도 왕가나 공권력에 대한 표현에 대해선 제한이 많다고 하네요. 경찰을 모욕하면 최장 2년간 징역살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지난 26일 기준 조회수 1609만 건을 내는 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선 이를 두고 모로코에서 커지고 있는 대중들의 불만을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알자지라는 “모로코 3500만 인구 중 3분의 1이 청년층”이라며 “모로코는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랍권 일대에선 최근 실업·고물가·생활고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청년층 실업률이 높은 국가에서 청년층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레바논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도시 곳곳에서 시민들이 현 정부 퇴진과 부패 청산, 생활고 해결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라크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정부에 부패 청산, 실업 문제 해결, 수도·전기 등 공공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죠. 지난 9월엔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례적으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청년 실업률이 25~30% 수준”이라며 “실업 문제가 이들 지역의 사회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모로코는 중동·북아프리카 국가 중에선 왕권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지만 실업 문제가 커지면서 젊은 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무니르의 구속 결정과 관련해 “자유 언론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앞서 법정에 선 무니르는 “나는 예술가이고, 나와 민중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예술가로서 내가 할 일”이라며 “경찰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처음이 아니다”라 발언했다고 합니다.

반면 모로코 행정부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정의·자유부의 무스타파 라미드 장관은 “무니르의 곡은 도발적이고 혐오스럽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대중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데요. 모로코 시민들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집니다. (끝) /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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