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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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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나예은 대학생 기자)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하는 취미 생활은 무엇일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여가생활 조사’에 따르면 1위는 TV 시청이다. 기본적으로 큰 돈이 들지 않고, 별도의 수고 없이 즐길 수 있는 특성 때문에 2014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시청’한다는 게 모두에게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청각 장애인들에게 TV 시청은 많은 수고가 따른다. 보고듣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영상 또는 소리 중 한 가지의 정보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각 장애인들도 TV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BARRIER FREE. ‘배리어 프리’란 Barrier(장벽)과 free(자유)의 합성어로, 노인,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허물자는 움직임을 말한다.

배리어 프리 운동은 미국, 스웨덴 등을 중심으로 건축 분야에서 시작됐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거주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앤 것이 배리어 프리 운동의 시작이다. 도로에 점자 블록을 설치하거나, 계단에 슬로프를 설치하는 것이 배리어 프리 건축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배리어 프리 운동은 점차 확산해 건축 구조 등의 물리적인 장벽뿐 아니라 제도적 장벽, 심리적 장벽 등 장애인들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장벽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장애인들의 취미 공간으로까지 널벼졌다.

TV 문제 역시 배리어 프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화면 해설 방송과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자막방송 및 수화 통역 방송 제공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기준이 전체 방송 중 화면 해설 방송은 10%, 수화 통역 방송은 5% 수준으로 비장애인들에 비해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확연히 적은 상황이다. 이마저도 TV로 방송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VOD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청자가 늘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동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배리어 프리 운동은 영화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201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서울 배리어 프리 영화제’는 올해로 9회차를 맞았다. 배리어 프리 영화제에서는 올해 상영됐던 영화부터 고전 영화, 애니메이션 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배리어 프리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된다.

배리어 프리영화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자막이 추가된 영화를 말한다. 이 때 자막은 우리가 외화를 볼 때 만나는 대사 정보 만을 전달하는 자막이 아닌 배경음, 효과음 등의 모든 소리 정보를 설명하는 배리어 프리 자막이다.

공연계에도 배리어 프리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배리어프리 오페라’는 암전상태에서 오페라를 선보이며 배리어프리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후 <소리로 보는 오페라>, <모두를 위한 오페라> 등 꾸준히 배리어프리 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다. 이밖에 연극,소리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배리어프리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음성 해설기와 수화 통역을 통해 진행된다. 시각 장애인들은 음성 해설기를 통해 공연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며 청각 장애인들은 무대에 함께하는 수화 통역사를 통해 대사와 효과음 등의 소리 정보를 전달받는다.

배리어 프리운동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취미를 위해 장애인석을 만들고,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장애인석을 떠올려보면 빈자리인 기억이 대부분이다. 2~4석 밖에 되지 않는 장애인 석이지만 실제로 장애인이 앉아있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2017년에 실시된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영화를 본 장애인은 24%에 그쳤다. 전체 국민의 영화 관람 비율이 61%로 조사된 데 비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배리어 프리로 제작된 영화는 총 63편이다. 매년 천 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되는데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마저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하는데 시간이 들고, 비장애인들이 배리어 프리 영화를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배리어 프리 영화들을 기피함에 따라 수요가 적어지고, 이는 배리어 프리 영화가 제작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애초에 배리어 프리 영화 제작이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배리어 프리 콘텐츠 제작에 대한 법안이 없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간식이 필요하지 않을 이유도, 간식을 먹지 못할 이유도 없다. 즐길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누구나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 운동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끝) /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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