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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운트죄네 인그레이빙 클래스에서 직접 각인 체험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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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 생활경제부 기자) 흔히 들어본 브랜드는 아니지만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독일 워치 메이커가 있습니다. 바로 ‘랑에운트죄네’입니다. ‘랑에1’이라는 시계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1845년부터 시작해 역사와 전통이 깊은 럭셔리 워치 메이커입니다.

이 브랜드가 한국에 다시 진출키로 하면서 지난 22~24일 서울 통인동에서 제품 전시회 ‘랑에하우스’와 체험 행사를 열었습니다. 한국과 중국 홍콩 등에서 초청한 초우량고객(VIP)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인그레이빙(각인) 클래스를 진행했는데요, 몇몇 기자들도 초청해 각인을 체험해볼 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각인 클래스에선 29년 경력을 가진 피터 리프슈 인그레이버(각인 전문가)가 어떻게 도구를 사용해 고유의 무늬를 새기는지 시범을 보였습니다. 이날 각인을 새기는 부품은 밸런스콕으로, 시계 뒷면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부품이었습니다. 피터는 랑에운트죄네에 소속된 다섯 명의 인그레이버 중 한 명으로, 밸런스콕의 인그레이빙 무늬를 보면 다섯 명 중 누가 새겼는지 단번에 맞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개개인의 특성이 각인에 반영된다는 얘기겠죠.

피터가 알려준 인그레이빙 방법은 트렘블라주(Tremblage)였습니다. 각인 도구를 손에 움켜쥔 뒤 좌우로 흔들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마치 반짝이는 모래를 흩뿌린 듯한 무늬가 새겨지는 방식입니다. 손은 40~50도 각도로 들어줘야 앞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면서 무늬를 새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밸런스콕의 테두리를 한 줄 새긴 뒤 영어 이름 ‘Julie’를 필기체로 새겼는데요, 각 글자마다 둥그스름한 부분을 새기기가 가장 어렵더군요. 피터는 “처음인데 아주 잘 했다”고 칭찬을 해줬지만 엉성하기 그지 없었죠.

이 밸런스콕은 클래스를 위해 제공된 부품으로, 실제 시계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돼서 구리 같은 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 투명 케이스에 담아서 기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저는 보자마자 양쪽 구멍에 줄을 연결해 목걸이 펜던트로 쓰면 제격이겠다고 생각했지만, 색이 변한다니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랑에운트죄네가 이같은 행사를 준비한 건 그만큼 한국 사업에 공을 들인다는 방증입니다. 닫았던 백화점 매장도 다음달 6일 열기로 했습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본점 명품관에 부티크(대형 매장)를 연다고 합니다. 리치몬트코리아의 랑에운트죄네 담당자가 관리하는 직영 매장입니다. 랑에1 25주년 기념 한정판 시계들은 물론, 그동안 선보이지 못했던 랑에운트죄네의 시계들을 여럿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심플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랑에1 25주년 기념 모델은 벌써 국내에 네 점이나 판매가 됐다고 합니다. 랑에운트죄네는 “시계가 작동하는 데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지만 굳이 시간과 정성, 돈을 들여 아름다운 무늬를 부품에 새기는 예술적 전통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피터에 따르면 시계 다이얼 1개의 표면 각인 작업을 마치는 데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다이얼을 버리고 새 다이얼로 다시 시작한다고 하네요.

전통을 고수하면서 예술적 가치를 강조하는 워치메이커로서 랑에운트죄네가 앞으로 국내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끝)/ spop@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