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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CEO들의 고민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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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저희와 비슷하게 시작했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가장 어려운 점으로 사람을 꼽아요. 처음에 시작했던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갈 수 없다는 점이 어렵죠. 직원들을 뽑아서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답답합니다.”

올 초 설립한 스타트업 모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올 초 스타트업을 만들기 전 창업 경력이 한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여전히 사람관리가 가장 큰 숙제다. 몇 해 전부터 정부 및 대학 등에서 창업 붐이 일어나면서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사무공간은 물론 비용, 투자자, 해외진출연결까지 예비창업자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소중한 창업의 기회가 곳곳에 널려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창업전성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청년 CEO들을 만나보면 그들의 열정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과연 이 아이템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의구심은 긍정의 확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열정 가득한 청년 CEO들과 이야기를 하다 문득 “언제가 가장 힘들어요”라는 질문을 하면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진다. 주목할 점은 열에 아홉은 가장 힘든 점을 ‘사람’으로 꼽는다는 점이다.

모션베드를 제작하는 몽가타의 정태현 대표는 지난 1년이 창업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업 5년차인 정 대표는 지난해 자사 기술력을 알아본 기업 몇 군데서 인수제안을 받았다. 업계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일이 많아지고 바빠졌다. 당시 인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정 대표는 채용공고를 내고 직원을 채용했다.

정 대표는 “처음엔 공동대표와 둘이서 일을 했는데, 일이 많아지고 한 두 사람씩 늘어나더니 어느새 직원이 14명까지 됐다”며 “기존 직원들도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뽑았는데 막상 채용하고 보니 일은 직척이 없었다. 더 빨라지기보다 오히려 더 늦어졌다”고 말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서둘렀던 탓일까. 짧은 시간에 늘어난 직원들과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표와 직원 간 분열이 일어났다. 정 대표는 고민 끝에 문제가 된 직원들을 정리해야 했다. 물론 정리의 수순도 매끄럽진 않았다. 창업 이후 가장 큰 위기를 겪은 정 대표는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직원을 만족시키려고 한 것 같다. 사업이 잘 돼 방만한 경영을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말했다.

AI로봇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A대표 역시 사람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A 대표는 “기술개발은 밥을 안 먹고, 밤을 새면서 하면 목표치에 도달하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더라”며 “직원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생각한대로 밀어붙이는 게 맞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초창기 멤버들이 떠났다는 점”이라고 털어놨다.

육아맘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의 B대표 역시 창업 초기 땐 같은 학교 동기와 후배들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B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창업 멤버 겸 직원이었던 그들과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B대표는 “처음엔 같이 하는 게 재미있어 밤을 새면서 일을 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 부딪히는 일이 많이 생기더라”며 “일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직원과의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은 혼자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으로 인해 위기를 맞는 스타트업이 의외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전문가들 역시 작은 조직에서 출발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의 사람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HR살롱을 운영 중인 황성현 카카오 경영자문은 “스타트업에서의 인사문제는 대표들이 잘못하거나 부족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이 늘어나다보니 대응할 시간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라며 “많은 엑셀러레이터에서 전략이나 재무, 투자 분야의 가이드는 잘하지만 인사부문은 취약해 스타트업 대표들이 어디서 자문을 구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스타트업은 이사회 제도가 잘 돼 있어 인사부문 역시 이사회가 회의하고 결정한다. 국내 스타트업도 제도적으로 갖춰져야 할 부분”이라며 “스타트업의 구조상 인사담당자를 채용하는데 부담이 있지만 HR분야의 실무자를 한 명이라도 두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신윤 WOKTOK 대표는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연령대가 90년대생이 많은데, 그들에겐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스타트업 특성상 높은 연봉과 복지혜택을 제공해 줄 수 없다면 꾸준히 회사의 비전을 직원들에게 공유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을 선택하지 않고 스타트업을 선택했다는 이유는 회사와 같이 성장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클 것”이라며 “그들에게 같이 발전한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건 CEO의 중요한 업무”라고 덧붙였다.

전동원 두하우 컨설팅 펌 부사장은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젊은 CEO들은 대부분 열정이 넘치는 반면 직원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대표가 꾸준히 직원들에게 성장가능성을 열어두고 직원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돕는 것이 스타트업의 장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끝) /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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