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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신용평가사 연구원이 모처럼 '입 맞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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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이번주 증권업계와 산업계 핫 이슈는 단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확정일 겁니다. 새 로고는 어떻게 바뀌는지, 사명은 어떻게 되는지, 자회사 편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해 관계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새 주인을 맞게 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 대대적인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서는 HDC 직원들 역시 한껏 고무된 모습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여의도에 둥지를 틀고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신용평가사 연구원들입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다양한 기업을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 뒤 공개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사 영업 사원들이 법인이나 개인 고객들에게 주식을 소개하거나 팔게 되죠.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거나 실제로 투자를 결정하기도 하죠.

아무래도 증권사에 소속돼 있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거나 주식 매도 의견을 내는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모멘텀(성장 동력)에 집중합니다.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정반대입니다. 특정 기업을 분석하거나 발행한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는 극단적으로 상반됩니다. 신용평가사는 기업이나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신용등급을 매깁니다. 이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발행 금리가 결정됩니다.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만기는 3년짜리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10년이 넘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처럼 단기 이슈나 단기 모멘텀에 집중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기업의 사업 구조나 재무 상태 분석 뿐만 아니라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파악하는 일에 주력합니다. 이른바 신용 위험을 파악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로 시장에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비해 기업이나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보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동일 이슈에 대해서라도 통상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신용평가사 연구원의 의견은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선 웬일인지 한 목소리를 냅니다.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된 직후 증권업계에서는 비판적인 전망이 줄을 이었습니다. DB금융투자는 HDC의 주가에 부정적인 이슈라며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습니다. 목표 주가도 낮췄고요.

KTB투자증권도 인수 자금 외에 아시아나항공의 노후 기체 교체를 위한 추가 투자 부담 등을 꼽으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고요. 하나금융투자도 기존 사업 모델과 손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데 회의적인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부정적인 의견을 앞다퉈 내는 데는 HDC와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가 가시화되지 않은 탓이 큽니다. HDC에서는 육상, 해상, 항공 사업을 아우리는 복합 그룹을 미래 전망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화한 내용이 없는 데다 건설업과 협업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자산 11조원, 부채 9조6000억원의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 편입되면 재무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HDC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신용평가사 연구원들의 생각도 동일합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HDC에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만 많다는 겁니다.

물론 HDC가 우여곡절을 겪어 온 아시아나항공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서비스의 질까지 높인다면 HDC,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이죠. 이례적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신용평가사 연구원이 ‘입을 맞추기’는 했지만 앞으로 추이를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끝) /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